2019년 4월도 절반이나 흘러 가버렸다. 연초 다짐했던 일들 중에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것들도 있고 어떻게든 손에서 완전히 놓지 말자 다짐하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들도 있다. 연초에는 철근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의욕은 다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한숨만 나온다. 욕심이 많은 것일까 부족한 공부는 널렸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은 넘치는데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드물다.
올해 나의 인생 motto는 "Act first, Reflect later!"이다. 인생에 있어 '할까 말까' 망설이다 시간만 낭비하고 결국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생각만 하다 결국 하지 못할 경우 미련이 남는다. 일단 하고 보는 것이다. 해보고 좋으면 계속하고 아니면 그만하면 그뿐이다. 여행을 가려면 일단 비행기표를 끊는 것으로 시작되고 공연이 보고 싶으면 일단 공연 티켓을 사는 것을 말한다. 일단 돈을 들여 예매를 해두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취소 수수료가 아까워서라도 가게 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10km 마라톤을 등록하였다. 주변에 같이 뛰어줄 친구가 있으면 좋으련만 없으면 또 어떠랴. 'Now or Never' 지금 아니면 나중은 없다.
운동삼아 가볍게 공원 산책로를 뛰어봤지만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장거리를 뛰어본 기억이 없었다. '뛰다가 퍼지면 어쩌지, 몇몇에게는 마라톤 뛴다고 얘기해뒀는데...' 걱정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퇴근 후 틈틈이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았다. 뭐든 갑자기 무리하면 탈이 나게 되어있다. 마라톤 전까지 발과 다리에 충분히 스트레스를 주어 경기 당일 근육 경련을 일어나지 않게 해야지 완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경기 후 후유증도 훨씬 덜 할 것이다. 마라톤 뛰고 와서 다리를 절면 그 얼마나 모양 빠지겠냐 말이다.
경기 당일 '어떻게든 되겠지' '죽기야 하겠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짐을 싸서 몸을 푸는 강당으로 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몸을 풀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눈치를 보며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몸을 제대로 안 풀었다가는 낙오하고 말 것 같아서 동호회 사람들, 커플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홀로 꿋꿋하게 몸을 풀었다. 내가 마라톤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시장님 귀에도 들어갔는지 이른 아침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시장님과 지역구 의원분들이 해맑은 미소로 흰 장갑을 낀 손은 흔들며 인사를 했다.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그 모습이 좀비 같기도 했는데 처음부터 따라 속도를 냈다가는 나 또한 좀비가 되어 들어올 것이 뻔했다. 초반에는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천천히 뛰어나갔다. 지나가는 길목에 도발적인 의상을 입은 치어리더들이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율동을 하며 러너들을 향해 "화이팅"을 외쳤다. 갑자기 없던 힘이 났다. 10km는 문제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난 큰 무리 없이 10km를 52분 43초라는 기록으로 골인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1km마다 표시해둔 사인이 늦게 나타나는 느낌이라 버거웠긴 했지만 중간중간 함께 달려준 러너들과 앞치락 뒤치락 선의의 경쟁을 하며 무사히 골인할 수 있었다. 난생처음 도전한 마라톤에서 10km 완주라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게임으로 친다면 레벨 1 정도는 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래에 보스톤 마라톤에 출전한다던지,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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