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에서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영어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로 아주 오랫동안 끈질기게 괴롭힘을 당해왔다. 주변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선망의 눈빛을 쉽게 거둘 수가 없고 나 자신은 힘들 더라도 내 자식만큼은 영어를 일찍이 가르쳐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공통된 부모의 마음이다. 더 이상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데 영어까지 잘해야 하냐'는 질문은 갈 길을 잃은 지 오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때까지 강자에 의해서 움직여져 왔다. 영어가 세계 제 1의 공통어가 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패권을 장악했다. 세계라는 학급의 반장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변 여러 나라들을 돕고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그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잘 나가던 미국을 보고 배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유학생들이 찾아왔다. 모든 지식들은 영어로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세계에서 제일 핫한 영화 시장인 할리우드에서 생산된 작품들도 영어의 번성에 일조했다. 무엇보다도 컴퓨터가 세상에 나와 산업혁명에서 정보혁명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신하게 된 컴퓨터는 전 세계로 아주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의 기저에는 영어가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영어 사랑은 유별나다. 기러기 아빠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교육시장에서 영어는 돈이 되는 사업 아이템이다. 영어 학원은 언제나 수강생들로 만원이고 너도나도 영어 하면 무엇에 홀린 듯 아낌없이 힘들게 번 돈을 내놓는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는 두려움이 마음 한 구석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욕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영어가 그만큼 중요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앞으로 주어질 기회가 많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인터넷으로 검색 가능한 영어 정보와 한글 정보 양의 비교는 그 자체로 무의미할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왜 배워야 하는가' 하는 고민도 없이 남들도 다 하니까 영어를 맹목적으로 쫓을 뿐이다. 영어가 목표가 되고 만 것이다. 영어는 언어로써 목표로 가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잘하면 좋고 없으면 불편할 뿐이다. 영어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왜'가 빠진 맹목적인 영어사랑은 결국은 허무감만 가득 안겨 줄 뿐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3301.html
''영어' 좀 해봤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영어책 한 권을 외운 이유 #3 (0) | 2018.05.23 |
---|---|
내가 영어책 한 권을 외운 이유 #2 (0) | 2018.05.22 |
내가 영어책 한 권을 외운 이유 #1 (0) | 2018.05.21 |
Money 뭐니 해도 선물은 XX가 최고 (0) | 2018.04.27 |
'영어 너, 드루와 드루와' (0) | 2018.01.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