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 좀 해봤니?

'왜'가 빠진 영어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1. 19.
반응형

어린아이에서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영어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로 아주 오랫동안 끈질기게 괴롭힘을 당해왔다. 주변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선망의 눈빛을 쉽게 거둘 수가 없고 나 자신은 힘들 더라도 내 자식만큼은 영어를 일찍이 가르쳐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공통된 부모의 마음이다. 더 이상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데 영어까지 잘해야 하냐'는 질문은 갈 길을 잃은 지 오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때까지 강자에 의해서 움직여져 왔다. 영어가 세계 제 1의 공통어가 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패권을 장악했다. 세계라는 학급의 반장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변 여러 나라들을 돕고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그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잘 나가던 미국을 보고 배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유학생들이 찾아왔다. 모든 지식들은 영어로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 세계에서 제일 핫한 영화 시장인 할리우드에서 생산된 작품들도 영어의 번성에 일조했다. 무엇보다도 컴퓨터가 세상에 나와 산업혁명에서 정보혁명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신하게 된 컴퓨터는 전 세계로 아주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의 기저에는 영어가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영어 사랑은 유별나다. 기러기 아빠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교육시장에서 영어는 돈이 되는 사업 아이템이다. 영어 학원은 언제나 수강생들로 만원이고 너도나도 영어 하면 무엇에 홀린 듯 아낌없이 힘들게 번 돈을 내놓는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는 두려움이 마음 한 구석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욕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영어가 그만큼 중요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앞으로 주어질 기회가 많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인터넷으로 검색 가능한 영어 정보와 한글 정보 양의 비교는 그 자체로 무의미할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왜 배워야 하는가' 하는 고민도 없이 남들도 다 하니까 영어를 맹목적으로 쫓을 뿐이다. 영어가 목표가 되고 만 것이다. 영어는 언어로써 목표로 가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잘하면 좋고 없으면 불편할 뿐이다. 영어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왜'가 빠진 맹목적인 영어사랑은 결국은 허무감만 가득 안겨 줄 뿐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13301.html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