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좀 해봤니?

내가 영어책 한 권을 외운 이유 #1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5. 21.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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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를 영어 책 한 권을 외우게 했을까' 생각해보면 그것 말고는 딱히 이렇다 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였다. 영어 공부의 목적이 단순히 시험이든 아니든, 스스로 필요를 느껴 공부를 했든 타의든 우리는 오랜 시간 영어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투자한 시간 대비 결과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해외여행을 떠나서 만난 현지인 친구와 나누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는 넘쳐 났지만 언어장벽에 부딪쳐 대화를 더 이상 끌고 나가지 못하였을 때, 그리고 그 어색한 정적이 싫어 처음부터 외국인과 거리를 두었던 일, 입사 후 외국 파트너사로부터 걸려온 갑작스러운 전화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곧바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던 일.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고 심장이 쿵쾅쿵쾅 터질 듯했던 그때를 잊을 수 없다. 작은 쥐구멍이 있다면 그곳으로 나의 몸을 구겨 넣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누군가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던 그 일을 알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업무를 하면서 해외 파트너사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영어 메일을 주고받았다. (나에게는 인터넷 영어 사전이 있었고 나름 든든했다) 하지만 전화 영어는 차원이 달랐다. (상대가 Hello, Mr. Kim?이라고 했을 뿐인데 나는 벌써 제정신이 아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상대가 부지런히 조잘조잘되지만 전화 목적을 파악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말 해 줄 수 있는지, 무슨 일로 전화를 했는지 그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묻지도 못한다.


'不通卽痛' '불통즉통 - 통하지 않는 영어는 곧바로 통증을 유발한다.' 내가 이때까지 많은 시간 투자하고 배운 영어는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나의 영어는 악취를 풍기는 구정물이 군데군데 고여있고 시궁창 쥐들이 득실 되는 어느 슬럼가의 뒷골목처럼 어두웠고 희망이라는 것은 그저 다른 세계의 단어 같았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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