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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Book Review'

말의 품격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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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이기주>



뒷 말


내 말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슬픈 일이다. 남을 칭찬 할 줄 모르면서 칭찬만 받으려고 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면서 존중만 받으려고 하고 남을 사랑할 줄 모르면서 사랑만 받으려고 하는 건 얼마나 애처로운 일인가. 



직장 생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뒷담화란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대인관계에서 누적된 불만을 분출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특정인을 단죄하듯 험담을 늘어놓는다. 담화를 맨 처음 생산한 일차적 가해자는 물론 침을 튀기며 맞장구를 치는 동조자까지 비루한 언어를 입에 장착해 쏟아되는 순간 묘한 쾌감을 느낀다. 남을 헐뜯는 말은 대개 '특별히 너한테만 털어놓는 건데' 혹은 '웬만하면 내가 이런 얘기 잘 안 하는 데'하는 말과 함께 세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런 험담이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뒷담화는 누군가의 입에서 입을 통해 돌고 돌다가 소문내기 좋아하는 조직 내 big mouth의 귀로,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사람의 입술과 너덜너덜한 혀로 빠르게 스며든다. 그리고 결국에는 험담 피해자의 귀로 흘러 들어간다. 뒷담화와 뒷담화가 뒤얽혀 빚어진 소음까지도 고스란히 말이다.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이다. 말의 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말과 문장이 지닌 무게와 힘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도 허다하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로 올르는 연어처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흝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 일본의 심리학자 시부야 쇼죠에 따르면 타인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사람은 칭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상대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을 누구한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상대방을 뒷담화로 내리찍어 자기 수준으로 격하시켜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말은 의미하는 한자 '言'에는 묘한 뜻이 숨어있다. 두 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을 열어야 비로소 말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이다. 뒷담화가 우리 삶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뒷담화는 화살처럼 무서운 속도로 사람의 입을 옮겨 다니다가 언젠가 표적을 바꿔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혀와 가슴을 향해 맹렬히 돌진한다. 그땐 뒤늦게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뒷담화의 화살촉이 훨씬 더 날카로운 모습으로 변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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