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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Book Review'

습관이 좋은 사람, 하정우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9.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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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4885... 너지?"






까무잡잡한 피부에 상처 난 얼굴, 눈을 가릴 정도로 모자를 푹 눌러쓴 하정우가 고개를 돌린다. 영화 '추격자'에서 하정우는 한 여름의 뙤약볕처럼 아주 강열한 인상을 남겼었다.

 





이후 맡은 작품에서도 꾸준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처음 하정우가 탤런트 김용건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뜬금없는 연결고리에 적지 않게 놀랐다. '나만 빼고 다 알고 있었던 거야?' 하는 생각에서였는데 알고 보니 그 사실은 깨나 늦게 수면 위로 떠 오른 듯했다. 데뷔 당시 아버지의 후광으로 편하게 배우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하정우라는 가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삼성가로부터 억대의 말을 얻어 탔던 '최순실'의 딸 '최유라'는 '부모의 재력도 실력'이라고 SNS에 글을 남겼었는데.... 뺄 건 다빼고 본인 실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그의 마음가짐이 꽤나 멋있어 보였다. 



연예인의 삶을 잘은 모르지만 대충 이러이러한 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고 추측을 하곤 한다. (물론 정말 잘 몰라서 마음대로 예상을 하는 것이겠지만) 하정우라는 사람은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배우로서 연기만 잘하면 됐지 그림도  그린다기에  번 놀라고 직접 영화감독으로 2편의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또 놀랐다. 하정우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던 찰나에 작가 하정우의 (이 양반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책을 만나게 되었다. 오늘은 그의 책 <걷는 사람, 하정우>을 소개하고자 한다. 







술이나 약물에 흠뻑 중독돼 흐트러진 자세, 충동적인 일탈과 자유분방함, 무절제와 탕진하는 습관, 감정 기복, 우울증과 예민함, 그리고 그 불행과 절망을 딛고 태어나는 훌륭한 예술작품들.....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예술가의 이미지는 대체로 이런 쪽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성실하고 규칙적으로, 평범한 직장인처럼 살아가는 예술가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어한다. 내가 배우이자 감독이면서 동시에 그림까지 그리고 있기 때문인지 가끔 '예술가의 자의식'이 충만한 하정우를 상상했다가 나에게 몹시 실망(?)하는 듯한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하정우씨는 의외로 바른생활을 하는 분 같네요?"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있다. 혹은 지금 눈앞의 모습 뒤에 숨겨진 다른 모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렇게 에둘러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좋은 작품은 예술가가 안정적이고 반듯한 길에서 벗어나서 일탈하거나 방황할 때 나오지 않나요?" 사람들이 던지는 이런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좋은 예술과 안정적인 삶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좋은 작품은 좋은 삶에서 나온다. 


(중략) 그러나 내 몸과 삶에 나쁜 것은, 내 작품에도 좋지 않다. 부정적인 충동은 절대 예술가의 연료가 될 수 없다. 예술가의 삶은 단 한순간 불타올랐다가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작업하고 이를 통해 인간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한 걸음씩 진보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중략) 내가 걷기를 통해 내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오랫동안 연기하고 영화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어느 날에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어떤 날에는 나 자신에게 너무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작업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위 글을 읽고 역시 '좋은 삶은 좋은 습관에서 나온다'라고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되새기게 되었다. 영화 촬영이라는 게 밤샘 작업도 많고 굉장히 많은 체력이 소모된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정우가 매해 좋은 작품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도 다 꾸준한 자기 관리의 결과이지 않을까. 


이 책에는 걷기 예찬으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쓰고 마라톤과 수영을 하듯 하정우는 걷고 또 걷는다. 그에게 있어 걷기는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동시에 휴식처럼 보인다. 기상 후 러닝머신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출퇴근도 걸어서 한다. 걸어 다니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활기차고 긍정적인 마인드는 건강한 신체에서 나온다. '오늘은 긍정적으로 시작해볼까', '자신감을 가지자! 아자! 아자!' 마음속으로 생각한들 뿌리와도 같은 몸이 받쳐주지 못하면 결코 처음의 마음가짐은 오래가지 못하고 가벼운 외부의 바람에도 이리저리 나부끼다 소멸되고 마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보잘것없는 한 걸음 일지 몰라도 그것이 모여 수만 보가 되고 튼튼한 근육질 하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육체의 력(力)은 마음의 력(力)과도 닿아있어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도 왕(王) 자 새겨지는 것이다. 한 걸음의 힘은 세다. 


"Even though it looks trivial, it'll make a big difference eventu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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