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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4

한 박자 늦는 사람 근래 날씨가 추워지고 미세먼지까지 심한 날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실내 생활이 늘었어요. 미루고 보지 못했던 '오징어 게임'을 정주행 했고요. 습관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열심히 들여다봤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톡 그리고 포털사이트'까지 TV를 보면서도 간헐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봤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다른 사람들보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얼마 전에는 장시간 소파에 기대어 TV를 보고 자신도 모른 채 굽은 목으로 오래 스마트폰을 들여다봐서 목과 어깨 그리고 등에 담결림까지 오고 말았어요. 목에 깁스를 두른 환자처럼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쉽지 않더군요. 그렇.. 2022. 1. 21.
나는 불편해지기로 했다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붙들고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특별한 목적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누군가 엘리베이터에 타면 또 뻘쭘하고 해서 또 화면을 바라본다. 운전 중 신호에 걸리면 또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 밥을 먹다가도 옆에 누가 있더라도 폰은 늘 나와 함께 한다. 잠까지 같이 자려고 침대에도 같이 들어가니 하루 종일 옆에 붙어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쇼핑을 하고 뉴스나 드라마를 본다. 주식도 하고, 책도 읽는다. 음악도 듣고 그림도 그린다. 메일도 보내고 업무도 할 수 있다. 직접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고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mp3가 없어도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지갑이 없어도 결제가 가능하다. 너무나 편해졌다.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 2021. 11. 16.
시간 도둑 5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유효한 얘기다. 모두에게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가진자와 빈자의 시간은 결코 같은 유속으로 흐르지 않는다. 문제는 삶에서 그런 인지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눈 뜨고 코 베인다'는 속담처럼 빈자의 시간은 쉽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부자에게 넘어간다. 그러한 흐름을 알아채기조차 어려운 시대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빈자는 이로 인해 점점 더 빈자가 되어갈 뿐이다. 자신이 알아채지도 못한 사이에. 우리는 부자들, 기업 총수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지 못한다. 주변에는 자신과 비슷한 시간 빈자들만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시간 귀한 것을 모른다. 물론 스마트폰 안에서도 중요한 정보,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도.. 2021. 10. 12.
그 나물의 그 밥 나이를 먹어가면서 만나는 인간관계는 줄어든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서 일 수도 있고 하는 일이 달라서 일 수도 있다. 한 때는 매일 봤던 친구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또는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멀어져 간다. 코로나 시대의 장점 중에 하나는 회식과 같이 원하지 않던 관계를 억지로 맺지 않아도 돼서 좋다. 나는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오락실에 모여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생산적인 것을 한 것은 아니지만). 몇 달 전 혼자 있는 시간이 지겨워질 때 즘 같이 계를 하자는 친구의 부름을 날름 받아먹었지만 몇 달 되지 않아 단체 카톡방에서 나왔다. 친목도모를 위해 계비를 모으고 한 달에 한 번 맛있는 걸 먹자는 취지의 계였는데 모임은 역시나 재미가 없었다. 30대가 .. 2021.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