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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해라 'Movie talk'10

5%만 준비되어도 일단 저지릅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적당히 기분 좋은 날씨, 수수한 멋을 내고 싶은 날씨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좋았던 시간은 짧다. 곧 목도리로 목을 칭칭 감고 움츠러드는 회색 겨울이 올 것이다. 바람도 쐴 겸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된 작품 'I am a pilot'을 보러 갔다. 부산에 살면서 영화제는 처음인데 극장 주변에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스텝들로 붐볐다. 영화는 제목으로 추측할 수 있듯이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일럿이 되는 꿈을 이루고자 주인공은 미국으로 넘어가 여러 비행학교의 문을 두드린다. 비싼 등록금을 해결하고자 비행학교의 생활을 영화로 만들어 학교를 홍보해주겠다며 다소 엉뚱하고 문전박대를 당할 것 같은 .. 2019. 10. 12.
수영장에 행복이 있어요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Sink or Swim)을 보고. 이 글은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반감할 정도는 아니니 편하게 읽어주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화장실에 갔다. 몇 개 되지 않는 소변기 앞에 남자들이 줄을 서있었다. 급한 사람들은 긴 줄을 비집고 들어와 좌변기 앞에 서서 거사를 치르고 있기도 했다. 한 남자가 오줌을 싸며 친구에게 말했다. "하나같이 다들 우울한 사람들이 나와서 처음에는 너무 적적했어" 그렇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져버리고 말 것 같은 중년 남자들 이야기다. 이들은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살아간다. 만성 우울증으로 삶에 의욕이 없는 남자, 매사 부정적이고 버럭 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 2019. 7. 31.
소수자로 산다는 것은 회사 사무실 스피커에서 온종일 영화 Bohemian Rhapsody o.s.t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영화를 보고 왔고 꽤나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비록 프레디 머큐리를 제외하면 다른 멤버들의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Queen의 명곡 가사를 사전으로 뜻을 찾아가며 따라 불렀던 나로서는 (무엇보다도 나는 3장짜리 퀸의 베스트 앨범을 사기도 했다.) '풋, 애송이들 영화 한 편에 이 난리는, 곧 냄비처럼 식을 거면서..' 하는 중2병 감성과 허세가 피어올라 오는 것을 느꼈다. 영화는 퀸 알못도 재미있게 봤다는 글이 있을 정도로 호평일색이었고 퀸 관련 수많은 짤들과 노래가 높은 순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카페나 휴대폰 가게 그리고 라디오까지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에서는 서로 약속이라 한 듯 퀸의 노래를.. 2018. 11. 28.
인생 물로 보지마. 온통 모래로 뒤덮인 사막에서는 목표로 삼을 지형, 지물 같은 것이 없어서 앞으로 똑바로 걷고 있다고 해도 알고 보면 원을 그리듯이 출발했던 지점 주변을 계속 맴돌게 된다고 들은 적이 있다. 본인은 분명 똑바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씩 틀어져 결국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는 것이 되는데,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좌, 우 어느 한쪽 방향으로든 1도씩만 계속 틀어진다고 가정할 때 180걸음 이후에는 출발 방향과 역방향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막에서는 'GPS, 나침반' 등의 도움이 없다면 시간이 지나도 같은 장소를 배회하게 되며 물과 그늘을 애타게 찾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영화 '백 엔의 사랑' 여주인공 이치코는 하는 일 없이 방에서 만화책을 보고 어린 조카와 게임을 하며 하루.. 2018. 7. 11.
Hurt locker 10여 년 전 우리나라도 이라크에 파병을 했었다. 물론 전투가 아닌 평화와 재건에 목적을 두고. 그땐 어린 나이였지만 정치적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여 아니 야당에서 대통령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던 때이니까 대통령의 파병 결정에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많은 것들 바뀌었고 정치적 상황 역시 역전되었다. 나는 그때 당시 거의 끝물로 이라크 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반도에 있는 해병대 중에서 총 100명도 되지 않는 인원에 내가 운 좋게 포함되었다. 최종 선발에 이르기까지 여러 난관이 있었다. 중대 내에서 최고참 선임들과 간부들의 투표로 뽑혔지만 부모님을 설득하기가 어려웠고, 합숙훈련 들어가서는 간부들은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중도하차시킬 수 있다는.. 2018.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