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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해라 'Movie talk'

Hurt locker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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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t locker> 


10여 년 전 우리나라도 이라크에 파병을 했었다. 물론 전투가 아닌 평화와 재건에 목적을 두고. 그땐 어린 나이였지만 정치적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여 아니 야당에서 대통령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던 때이니까 대통령의 파병 결정에 온갖 비난과 조롱을 퍼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많은 것들 바뀌었고 정치적 상황 역시 역전되었다.  


나는 그때 당시 거의 끝물로 이라크  비행기에 올랐다. 한반도에 있는 해병대 중에서  100명도 되지 않는 인원에 내가 운 좋게 포함되었다. 최종 선발에 이르기까지 여러 난관이 있었다. 중대 내에서 최고참 선임들과 간부들의 투표로 뽑혔지만 부모님을 설득하기가 어려웠고, 합숙훈련 들어가서는 간부들은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중도하차시킬 수 있다는 말을 밥먹듯이 했고 실로 몇몇은 그렇게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다행히도 6개월을 넘는 시간 동안 이라크 아르빌에서 군생활을 했다. 레드존으로 분류되는 바그다드와 달리 우리가 주둔했던 아르빌은 그린존에 해당했고 전쟁터였지만 평화로웠고 평화로운 와중에 중간중간 약간의 긴장도 있는 그런 곳이었다. 


군대는 이빨이(자신의 군생활이 제일 힘들 었으며 그것을 견뎌냈다는 데에 방점이 있다, 때로는 최전방 부대에 있으면서 북한군 병사와 초코파이를 나눠 먹었다는 류의 말들) 90%라는 말이 있다. 그때의 파병은 전투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미국 전쟁 영화에 나올 법한 에피소드를 섣불리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오히려 역풍을 맞기 쉽다. 





Hurt locker의 배경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폭발물 제거반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라크 전쟁을 다룬다는 점에서 Generation Kill 미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의 시작은 여느 전쟁영화와 비슷하게 작전 수행  병사들끼리 시답지 않은 야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작하고  시답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은  명은 폭발물 제거 도중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다. 2008년  개봉을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두 명의 주연 배우가 나온다. 바로 마블 시리즈 히어로 제레미 레너와 앤서니 마키가 그들인데 10년 전 제레미 레너와 앤서니는 핏덩이 정도는 아니어도 눈에 띄게 젊어 보인다. (배우들의 젊은 날을 보며 시간의 빠름을 인식하는 것을 보면 나 또한 앞자리 숫자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지면에 숨겨놓은 사제 폭탄과 온몸을 폭탄으로 도배를 한 자살 폭탄 테러범 등 보이지 않는 위험을 감지하고 실제 보병 병력이 작전을 수행할  있게 먼저 투입되어 보이지 않는 위험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은 폭발물 제거반 제임스 중사(제레미 레너), 샌본 하사(앤서니) 그리고 엘드리지 상병은  팀이 되어 험비를 타고 사막으로 그리고 시가지로 작전을 나간다. 


제임스는 위험이 예상되는 곳에 로봇을 투입해 확인해보기보다는 방호복을 입고 직접 폭발물에 다가가 제거한다. 이렇게 무모한 짓이 가능할까 (제레미 레너는 이때부터 히어로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지만 영화 후반부에 다 달으면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견디기 어려운 사람임을 느낄  있다. 폭발물에 연결된 전선  하나만 잘못 끊을 경우 신체는 사람이었는지 형체를 알아볼  없을 정도로 찢겨 나갈  있고 주변 건물 곳곳에 테러리스트인지 일반 시민인지   없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장면은 아주 높은 빌딩과 빌딩 사이를 아무런 안정장치 없이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은 서스펜스를 선물한다. 그리고 사막  복판에서의 저격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극도의 긴장감과 배역들이 연기하는 목이 타들어가는 갈증을 그대로 느낄  있게 해준다. 




좋은 영화의 조건에는 관객이 시간 가는  모르게 영화에  빠져버리게 만들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영화와 현실세계를 구분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게 하며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  자리를 계속 서성이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Hurt locker는 그런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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