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3 시골 풍경 추석을 맞아 시골 할머니댁을 찾았다. 시골 마을은 명절인데도 불구하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고 전쟁이 끝나고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 같기도 했다. 시골집에 들자 나이가 든 후 가보았던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아기자기하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여섯 식구가 항상 거주했던 터라 세간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고 명절 때 친지들이 모이면 배로 늘어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에 시끌벅적했었는데. 지금은 벽지 곳곳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누렇게 변해 있었고 그 위에 건강하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마차 위에 앉아서 찍은 사진이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걸려있었다. 내가 느끼는 바로는 할아버지가 병에 들어 돌아가신 후 시골집은 무너져 내렸다. 할머니가 계시긴 하지만 명절 때만 볼 수 있었던 촌수를 알 수.. 2018. 9. 26. 2017년 추석에.. (나와 마주 하는 시간) 몇 시간 후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황금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뉴스에서 공항 출국장은 벌써부터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전한다. 누군가는 꿈에 그리던 여행을 떠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멀리 떨어져 자주 보지 못했던 가족, 친지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부족했던 잠을 늘어지게 잘 수도 있고 평소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장 열흘 가까이 되는 긴 연휴가 끝나고 나면 그 후유증의 여파는 얼마나 클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나는 이번 연휴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 사서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했던 책을 꺼내 읽을 것이고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볼 것이다. 맑은 공기도 마시고 복잡하게 얽혀있.. 2018. 5. 1. 잔인한 계절 카톡 친구 목록 중 결혼 소식을 알리는 상태 메시지나 사진들이 제법 보인다. 몰랐다면 나았겠지만 알고 난 후에는 별 수 없다. 많은 생각에 잠긴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고 이럴 때마다 되새겨 보지만 긍정적인 상태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되는 결혼식에는 사진도 찍지 않고 바로 뷔페로 밥을 먹으러 가거나 밥을 먹지 않는 경우 돈 만원이 든 봉투를 챙겨 얼른 나와버린다. '넌 언제 할 예정이야'이런 물음을 듣기 싫어서이고 친구들과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인다. 나는 주변 사람의 결혼식에는 겨우 얼굴을 비추거나 축의금을 전달하는 게 전부이지만 이기적에게도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면 과연 많은 사람이 올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사진을 찍을 때 내 뒤에.. 2018. 4.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