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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잔인한 계절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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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친구 목록 중 결혼 소식을 알리는 상태 메시지나 사진들이 제법 보인다. 몰랐다면 나았겠지만 알고 난 후에는 별 수 없다. 많은 생각에 잠긴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고 이럴 때마다 되새겨 보지만 긍정적인 상태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되는 결혼식에는 사진도 찍지 않고 바로 뷔페로 밥을 먹으러 가거나 밥을 먹지 않는 경우 돈 만원이 든 봉투를 챙겨 얼른 나와버린다. '넌 언제 할 예정이야'이런 물음을 듣기 싫어서이고 친구들과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인다. 


나는 주변 사람의 결혼식에는 겨우 얼굴을 비추거나 축의금을 전달하는 게 전부이지만 이기적에게도 만약 내가 결혼을 한다면 과연 많은 사람이 올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사진을 찍을 때 내 뒤에 친구들로 가득 찰까' '신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지 않을까' '이른 나이에 결혼할수록 많은 친구들이 온다고 하던데' '축가는 누가 해주고 사회는 또 누가 해주나' '초라하지 않으려면 스몰웨딩 콘셉트로 바꿔야 하나' '그러면 나 말고도 부모님께서 이때까지 바쳤던 축의금은 또 어쩌나' '무엇보다도 결혼이란 걸 할 수나 있을까' 



시간이 흘러 민족 대전쟁 '추석'이 오면 난 어쩌지... 피난길이라도 올라야 할까 사실 집 나가면 고생이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집에서 혼자 못 본 영화와 책을 늘어지게 보면서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서 보내고 싶다. 하지만 얹혀사는 신세에 나 혼자 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게다가 가족들은 그다지 아군에 속하지도 않는다. 긴 연휴를 이용하여 친지들은 기습적으로 쳐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내면의 세포 병사 하나하나가 독기를 가득 품은 채 적들이 오기만은 기다리고 있다. 건들기만 하면 물어뜯어 버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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