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궐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어머니가 몇 년 전 친구분들과 덕수궁 돌담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촬영일자를 보니 5년 전의 사진이었고 어머니는 현재의 모습보다 5년 정도 앳되어 보였다. 그러다가 추억에 빠져들어 어머니의 결혼 전 처녀 때 사진 앨범까지 꺼내와 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 당시 가족사진에는 나의 기억에는 희미하게 남아있는 증조 외할머니가 계셨고 갓난아기의 외삼촌과 중,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살이 올라 통통한 어머니가 있었다. 지금 주름 가득한 외할머니도 한창 젊어 보였다. 그 사진을 보고 있자니 천상병 시인이 삶을 소풍에 비유한 대목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느껴졌고 삶의 덧없음만 남았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첫 직장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머리에 두건 같은 것을 두르고 사무를 보는 모습, 동료들과 봄, 가을 산으로 바다로 야유회를 떠나 찍은 사진들, 창립기념일을 맞아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 내가 이때까지 보지 못한 어머니의 젊은 모습이다. 항상 부모로서의 어머니만 있었지 그전에 한 명의 여성으로서 어머니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안경을 이마 위로 올리고 실눈을 뜬 채 오랫동안 사진 한 장 한 장을 곱씹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지난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려 보고 그때의 추억에 젖어 가는 듯했다. 사진마다 얽혀있는 추억을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손에서 모래알 빠져나가듯 흐르는 시간만 야속하게 느껴졌고 마음 한편이 짠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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