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고 했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새우의 처지이다. G2인 미국과 중국은 고래에 해당한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일인데 주변에서 지나치게 간섭하고 서로 본인들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후회하게 될 거라며 경고 아닌 협박을 해댄다.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스스로 강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아득하게 먼 얘기일 뿐이다.
'사드'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우리는 딜레마에 빠졌다. 북한의 도발은 계속되었고 우리의 안보를 책임져 줄 것은 사드밖에 없다고 보수당에서는 주장했다. 그 반대의 세력들은 사드는 실제적으로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는데 실효성이 없으며 사드를 배치할 경우 중국의 경제적 제재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상황이 우리 국토 안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결정의 주체는 우리가 아닌 것이다. 사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빌미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중국 본토가 레이더 사정권에 들어오고 감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 않아도 돈은 중국을 통해서 벌고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이 썩 좋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퇴양난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즉문즉설'이라는 팟캐스트에서 법륜스님은 이 문제에 대해서 성급하게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하는 수 없이 결정을 내리는 모양새를 만들어 양쪽에서 납득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미국 쪽에는 아무리 북한이 도발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하는 등 국내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당장은 '사드'를 배치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의 심기를 건들지 않고 시진핑 주석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게 고심하는 척 시간을 끌다가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아 국가 안보를 위해 더 이상은 사드 배치를 미룰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해야지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반복되면 안될 역사, 남한산성>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710092054005&code=990100&utm_campaign=share_btn_click&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_share&utm_content=mkhan_view
다시 17세기 초로 되돌아가 보자. 역사가들은 명과 후금(청) 사이에서 실용외교를 편 광해군을 주목한다. 광해군은 명이 후금을 치기 위한 파병을 요청하자 고민 끝에 응한다. 하지만 조선군은 후금과의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고, 조선의 부득이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양해를 얻어낸다.
사드 문제도 큰 틀에서는 성격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경제와 안보, 모두 중요한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사드 배치에 응하면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실용적 묘책이 필요하다.
어렵더라도 균형외교를 펴면서 미·중 양국을 달래고 설득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자칫 어느 한쪽 편을 과도하게 드는 순간 또 다른 국난에 봉착할 수 있다. 국난은 총칼이 아닌 경제적 수단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현명한 외교정책을 기대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