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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시골 풍경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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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맞아 시골 할머니댁을 찾았다. 시골 마을은 명절인데도 불구하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고 전쟁이 끝나고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 같기도 했다. 



시골집에 들자 나이가   가보았던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아기자기하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여섯 식구가 항상 거주했던 터라 세간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고 명절 때 친지들이 모이면 배로 늘어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에 시끌벅적했었는데. 지금은 벽지 곳곳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누렇게 변해 있었고  위에 건강하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마차 위에 앉아서 찍은 사진이 시간의 흐름을 잊은  걸려있었다. 



내가 느끼는 바로는 할아버지가 병에 들어 돌아가신 후 시골집은 무너져 내렸다. 할머니가 계시긴 하지만 명절 때만   있었던 촌수를 알 수 없는 먼 친척의 방문수가 확연히 줄었고 직계 가족들조차도 자주 모이지 않았다. 남겨진 재산으로 형제간 얼굴 붉히는 일이 늘어만 갔고 경조사를 제외하고는 서로 얼굴 볼일이 전혀 없었다. 한 집안 최고 어른의 죽음은 집의 기둥 즉 뿌리가 흔들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고 문명이 퇴행하는 과정의 축소판 같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매해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논 뿐이었으며 이제 해 질  부엌 부뚜막에서 새어 나오는 저녁 짓는 냄새는 더 이상 맡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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