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eft shoulder hurts like hell.
어깨가 맛이 갔다. 한 의사 선생님은 젊은 나이에 어깨를 어떻게 썼길래 이 모양이냐고 했다. 그리고 오십대의 어깨라며 덧붙였다. 오래전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을 때와 비슷한 충격파가 느껴졌다. 허리 디스크라고 진단을 받았을 당시 나이가 이십대 였었는데 정말 암에 걸린 것처럼 울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어깨, 허리 둘 다 내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겉으로는 별 이상 없어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뭔가 주변에 아프다고 말을 하려 해도 상대가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를 맴돈다. 병이 나는 시기도 그렇다. 뭔가 집중해서 매진해야 할 때 이런 일이 발목을 잡는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직하기 위해 여러 회사에 기웃 거릴 때 허리는 나가버렸고,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찰나에 어깨가 맛탱이가 가버렸다.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외할머니 생신 때 이모가 "이제 네 나이도 예전 같지 않을 걸..." 하고 악담을 퍼부었다. (친척들은 오랜만에 만나 이렇게 악담을 퍼붓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는 감기와 같은 가벼운 병도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금방 낫는 경우가 드물고 1, 2주는 기본이다. 안타깝고 인정하기 싫어도 정말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내 어깨가 고장 나기 몇 해 전 엄마의 어깨도 비슷한 진단을 받았었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때 영감님과 나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어깨 운동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마치 명절 때나 보는 사촌들처럼 무관심하게 조언인 듯 조언 아닌 조언 같은 것을 했더랬다. 그러고 보면 그때 엄마는 조금만 움직여도 느껴지는 어깨 통증 때문에 꽤나 예민해져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간혹 무게가 나가는 반찬통을 옮겨 달라거나 딸기잼 뚜껑을 열어달라는 부탁에 이런 것은 직접 할 수 있지 않냐고 귀찮아하며 뚜껑을 열어 주곤 방으로 곧장 돌아가곤 했다. 주말 대청소 때 이불을 털어달라고 하면 밖으로 도망을 가거나 마지못해 이불을 털었다. 재킷을 벗을 때 한쪽 어깨가 쉽게 빠지지 않아 애를 먹던 엄마를 성의 없게 거들었다. 나의 형편없던 과거를 다 셀 수 없을 지경이다.
Cupping marks look like pepperoni pizza.
지금 나의 왼쪽 어깨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부항을 떠서 마치 하얀 피자 도우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바르고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 다음 페퍼로니를 올려놓은 꼴과 유사하다. 그리고 예전처럼
한 손으로 딸기잼을 들어 올리지도 셔츠를 시원스럽게 벗지도 못한다. 직접 아파보기 전에 타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 한 벌을 이제야 받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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