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Glen check 셔츠를 허리에 두르고 3rd line에 오른다. 오늘은 흐트러질 거야 마치 Nobrain 것처럼!
근래 '등잔 밑이 어둡다'는 조상님들의 말씀을 실감한다. 모든 재미와 행복은 손을 뻗으면 닿지 않는 아득한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이 아니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고 어딘가로 멀리 떠나야 만날 수 있는 것 마냥. 하지만 의외로 가까이 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년 여름이면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서 국제 록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때까지는 무더위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는 것도 싫었고 주차할 때도 없을뿐더러 공짜라서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생산해내며 멀리 했었지만 이번 주말에는 제대로 즐겨 보기로 마음 먹었다. 결론부터 얘기 하자면 이 좋은 걸 왜 이제서야 알았단 말인가...
'3호선 버터플라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ost 삽입곡을 통해서였다. 10여 년이 훌쩍 흘렀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들만의 색깔을 담은 음악을 선 보이고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스피커, 이어폰이라 한들 실제 공연과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하늘과 땅 차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적합하다.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미쳤다, 미쳤어"라고 되뇔 뿐 달리 표현 한 방법이 없는 신들린 연주와 파워풀한 가창력에 조금 늦게 공연장에 도착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할 뿐. 3호선 버터플라이 단독 콘서트를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이다.
록 페스티벌의 장점 중의 하나는 여러 스타일의 다양한 뮤지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Glen check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밴드이다. 신시사이저를 이용하고 보컬이 중간중간 바닥의 기기를 터치해 다양한 기계음을 만들어 내는 장면도 새롭다. 가장 좋아하는 곡인 60's Cardin, French Vigin Party를 무대와 제일 가까운 곳에서 보게 되다니 이런 행운이!
오늘 타임 테이블 마지막을 장식한 그들 노브레인, 진짜가 나타났다. 넘치는 에너지와 퍼포먼스로 관객을 압도했다. 어떻게 보면 올해 락페에서 가장 뜨겁게 불태웠던 밴드가 아닐까 싶다. 목이 터져라 소리쳐서 목은 쉬어버렸고 음악에 몸을 맡긴채 부지런히 뛰어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빠진지 오래다. 이미 온몸은 땀과 뿌려진 물에 젖어서 물에 빠진 생쥐 꼴과 다름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면에서는 멈춰있던 피가 제대로 돌고 있는 느낌이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노 올~자! 우리는 내일 죽어도 이상 할 것 없는 존재 들이니까. (형님들 나이가 불혹을 넘었다. 남일 같지가 않다... 처음 음악은 시작한 지가 2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30년 40년을 넘어 계속 음악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장 멀리 떠날 상황이 안된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야지'라는 생각으로 지금 당장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시작한 것이 '서핑과 공연' 즐기기이다. 소소하지만 이러한 점들이 모여 선을 그리게 될 것이니까. 그래야 나중에 외국 어딘가 집채만 한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제대로 서핑을 즐길 수 있을 테고 월드 스타의 공연도 후회없이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모든 것이 그렇듯 하루아침에 바뀌는 기적은 없으니까. 오늘을 살자!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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