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수영을 하다가 어깨 부상을 당해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당분간 수영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진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수영의 매력에 빠져 오랫동안 수영을 해온 나로서는 '앞으로 수영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라고 말하는 의사의 입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프로 수영 선수가 된 느낌이었다.
어깨에 주사를 맞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으면서 운동을 쉬게 되었다. 수영을 못하게 되면 몸에서 즉각 반응을 보이고 꽤나 힘들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5년 넘게 꾸준히 한 수영이었지만 5일도 채 지나지 않아 몸은 빠른 속도로 적응해갔다. 언제 운동이나 했었냐는 듯 생활은 그렇게 활기를 잃어갔다. 몸이 피곤해도 운동을 하고 샤워까지 마치면 정신이 맑아지고 개운해서 좋았는데 운동을 쉬니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케이지에 갇힌 닭이 된 것 같았다.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처한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여유를 가지고 해보자 마음먹었고 그렇게 요가를 시작했다. 요가가 몸에 좋은 거야 일찍이 알았고 언제가 꼭 배워보고 싶은 운동 중에 하나였지만 언제 배우게 될지 확신할 수 없는 그런 운동 중 하나였다. 어쩌면 생각만 하다 영영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운동이었던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산으로 요가 수업을 끊었다.
요가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운동신경도 좋고 나름 단련해왔다고 생각했던 몸이 삐그덕 삐그덕 되기 시작했고 그간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 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땀은 비 오듯이 쏟아졌고 동작 하나하나 제대로 따라 하는 동작이 없었던 것이다. 간신히 따라 하더라도 몸이 부들부들 떨려 몇 초도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없어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들이 이마에 투쟁이라고 적힌 띠를 묶고 모여 파업을 시작했다. ‘왜 이때까지 우리를 소홀히 했냐며 그간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에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렇다. 이때까지 바닥 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벽돌을 쌓아 건물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뼈대와 속근육이 굳건히 자리 잡지 못하고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겉치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부상에 취약했고 운동 성과도 떨어졌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몸도 마음도 그리고 인간관계에서도 유연성과는 동 떨어져 너무 딱딱하게 군 것이 아닌지 그래서 여기저기 부딪치며 상처를 내고 다녔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래서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하는 걸까.
어깨 부상이 하나의 큰 가르침을 준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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