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왔다 갔는지 모를 짧은 장마가 끝난 다음날 아침부터 매미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여름은 불쑥 다가와 버렸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뙤약볕이 나라를 통째로 태워 버릴 기세다.
한낮 최고 온도는 40도에 가까워졌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덩달아 사건,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시민이 늘었고,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서 정전사태가 속출했다. 연세 많으신 시골 어르신들은 농사일을 하는 도중 푹푹 찌는 더위에 풀 넘어가듯 픽픽 쓰러졌고, 폭염 속 어린이집 등원차량 안에 장시간 방치된 여자아이는 안타깝게도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겨울이라고 다르지 않겠지만 앞으로 봄,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 겨울은 길어진다고 하니 우리의 삶은 더 메마르고 고될지도 모를 일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외부에서 행해지는 육체노동 현장을 지나갈 때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춰졌다. 공사장에서 목에 두른 수건으로 검게 탄 얼굴 위로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는 인부들의 모습, 땀에 젖은 티를 입고 바삐 박스를 나르는 택배 기사님, 본인 키보다 큰 에어컨을 등에 이고 옮기는 설치 기사님 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푹푹 찌는 날씨에 그늘 한 점 없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기를 그리고 열악한 노동 환경이 점차 개선되기를 마지막으로 힘든 노동에 걸맞은 급여를 받을 수 있기를 속으로 바래 볼 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필리핀에서 시작된 태풍이 북상 중이라고 한다. 경로가 틀어지거나 중간에 소멸되지 않고 한반도에 영향을 미쳐 이 잔인한 더위를 식혀주었으면, 모두들 큰 탈 없이 이 여름의 언덕을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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