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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2

태풍이 와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맞은편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베란다에서 내다보면 운동장이 훤히 보이는데 아침 일찍부터 운동장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연령대가 조금 있어 보이긴 하지만 이 분들은 여간하여서는 운동장을 걷는 일을 그만두는 법이 없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운동장을 걷고, 날씨가 추울 때는 장갑을 끼고 두꺼운 파카를 입은 채로 운동장을 부지런히 돈다. 비바람이 칠 때는 그만 할 법도 하지만 비가 들지 않는 스탠드 주변을 분주히 걷는다. 오늘 태풍 '프란시스코'의 북상으로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을 때였다. 퇴근 무렵 밖에서는 비바람이 창문을 세차게 때렸고 우산을 들고 길을 걷던 사람들은 세찬 비바람에 우산이 날아가거나 뒤집혀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 2019. 8. 7.
하루키의 시간관리, 인생관리 군 복무 중 한 선임이 점심을 먹고 나면 하루가 다 지나간 것과 마찬가지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이등병이었고 그 깊은 의미를 헤아릴 수 있는 짬밥이 아니었다. 속으로 '무슨 x소리야'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선임의 그 한마디 때문인지 나는 시간에 대해 약간의 강박이 있다. 예를 들면 전날 술을 마시거나, 늦게까지 깨어있어 다음 날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나는 경우 벌써 하루가 다 갔다는 생각에 후회와 심리적 압박 비슷한 것을 느낀다. 누군가는 점심쯤이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씻고 밥 먹고 어영부영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금방 저녁이 된다. 그날 저녁은 '양'을 아무리 세어 본들 잠이 오질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옥죈다. 시곗바늘은 벌써 자정을 넘어 1시를 .. 2019.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