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뛰쳐나오고 싶잖아. 매일 같이 회사와 회사 사람들 욕하느라 침 마를 일 없는 너 "월급이 작다. 야근이 잦다. 상사가 x 같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셀 수 없이 많은 이유로 하루에도 몇 번이고 머릿속에 퇴사를 떠 올렸다 지웠다 하겠지. 그렇다고 결단을 내리는 건 또 아니야. 회사를 나와 또렷하게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주변에선 경기는 어렵다고 하지(언제 경기 좋은 적은 있었냐?) 회사 밖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갑고 냉정하기만 하다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겠지.
내가 회사를 나와 작은 일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난 지금 날씨가 추워지면서 장사가 이전만 못하다고 했더니 넌 나에게 “회사 나온 거 후회하지 않냐고?” 물었지. 알아 그 말이 무슨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처음에는 큰 결심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나를 부러워하며 ‘나도 한 번 해볼까’ 계산기를 두들겨 봤을 너인데, 사정이 그렇게 넉넉해 보이지 않는 지금에는 매일 지옥길 같은 회사생활이라도 버티며 따박따박 통장에 꼽히는 월급을 받는 너 자신을 자위하고 있을 네가 눈에 훤하다.
사실 우리는 자신 말고 타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잖아. 지극히 단면만 보고 그 부분이 마치 전부인양 생각하기도 하고 말이야. 회사를 나와 자기 일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결정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되고 그 결과도 오로지 혼자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야. 무엇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내가 과거 회사에서 목표도 없이 시키는 일만 하거나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했던 일과는 결을 달리한다고 생각해. 때론 이제야 진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 자본이란 게 본질적으로 사람을 돌보는 구조가 아니잖아.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경쟁시키고 누군가는 도태되기도 하고 주변 사람한테 끊임없이 잘 보여야 하고. 때론 내가 여기서 일을 하는 건지 정치를 하는 건지 의아할 때도 있었어. 아니 정치가 일보다 더 중요하더라.
어쨌든 나는 나의 일을 하고 싶다. 나의 색깔을 숨기고 주변에 맞추어 살다 보니 진짜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잊게 되더라. 매일 같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의 부속품이 되고 싶지 않고 로봇이 되는 것은 더더욱 싫다. 등 뒤에 칼을 숨겨두고 가면을 쓴 상대를 상대하느라 나 또한 여러 가면을 써가며 대응했던 그 시절이 아직도 끔찍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어설픈 충고는 더 이상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 편하고 익숙한 길만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꽃길만 있는 인생은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있어도 가짜이지 않을까. 나는 그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산을 묵묵히 넘어갈 뿐이다.
'자유에의 갈망_ 굿 워크'
나는 끝없는 경재에 내 삶을 바치고 싶지 않다.
나는 기계와 관료제의 노예가 되어 권태롭고 추악하게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바보나 로봇, 통근자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누군가의 일부분으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일을 하고 싶다.
나는 좀 더 소박하게 살고 싶다.
나는 가면이 아니 진짜 인간을 상대하고 싶다.
내겐 사람, 자연, 아름답고 전일적인 세상이 중요하다.
나는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_ E.F. Schm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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