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후면 여는 때와 같이 서울 보신각 앞에 많은 인파가 모여 코 앞까지 다가온 새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할 것이다. "5, 4, 3, 2, 1, 땡!" 2019년 1월 1일 00시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겠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부자 되세요' 같은 덕담들이 오고 갈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간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날 만큼은 새 마음 새 뜻으로 무언가에 충실히 임할 것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보통날과 전혀 다를 게 없지만 새해라는 의미가 우리의 뇌에 각인시킨 것은 무한한 가능성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지 않을까.
매년 새해에 충전된 마음가짐으로 그간 미루어 두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고자 마음 먹지만 세상일에 쉬운 것이 없듯 우리의 다짐도 사나흘 만에 수포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자면 새해에는 영어 공부를, 다이어트를, 운동을.. 해야지 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영어책은 첫 과에만 공부한 흔적이 조금 남아있을 뿐이고 헬스장은 3개월 특가로 끊어 두었지만 고작 간 것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다.
나의 사정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 올해 초에는 욕심은 고이 접어두고 '영어공부'와 '독서' 두 가지에만 매진하자고 마음먹었다.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인 지금 느끼는 것은 영어공부면 영어공부, 독서면 독서 한 가지에만 매진할 걸 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연초에는 노력만 한다면 철근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하기에 가능할 줄 알았지만 결코 그런 매직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어 실력은 지지부진해서 외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며 틈틈이 하는 독서도 마음만 앞섰던 나머지 읽어내는 책 보다 사서 쟁겨놓은 책들로 방 안에 탑을 쌓을 지경이니 이 웃지 못할 풍경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아지고자 하는 욕망은 넘쳐 나는데 사실 그것을 소화시킬 능력이 현재 나에게는 없는 것이다.
올해 수확이 시원찮아 의기소침해 있는 가운데 눈이 동그랗게 뜨여질 흥미로운 칼럼을 접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안 읽더라도 집에 책 쌓아놓아야 하는 이유>
http://news.zum.com/articles/4892370?fbclid=IwAR1HO0wDC55WUtng57sRr_WQGWjNS4mBSS3Nc6Im-UC-MO9gdwEt2DkNgZo
대학 시절 봄이 되면 캠퍼스에 유독 두꺼운 개론서를 옆구리에 끼워 들고 다니는 새내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무래도 고등학생일 때와 확연히 다른 자연스러운 학습 분위기에 대학생이 되었으니까 어려운 단어와 개념들이 난무하는 두꺼운 책들로 공부하고 있는 자신을 남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허영심이라고 할지라도. (시간이 흘러 고학년이 될 수록 책을 옆구리에 끼우고 캠퍼스에 돌아다니는 행위는 부끄러워서 하지 못한다.)
칼럼 속 두 연구를 보면 쉽게 말해 남에게 있어 보이는 용도라고 할 지라도 책을 들고 다니거나 또는 책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든 실 생활에서 책에 많이 노출될수록 유식해 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청소년기에 많은 책에 노출될수록 성인이 되어 맞닥뜨릴 수많은 문제를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고 미래에 직업을 갖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은 수익을 올 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자녀들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다면 좋은 학원, 과외 그리고 유명 강사의 수업을 듣게하려고 늦은 시간까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 다니는 것보다 거실에 있는 TV를 없애고 집안 곳곳에 많은 책을 비치하는 것은 어떨까. 비록 인테리어용이라 할지라도 지나가다 얼떨결에 또는 심심해서 책을 펴 볼 수도 있고, 화장실에서 근심을 풀며 책을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유학을 보내지 못한다고 낙담하지 말자. 기러기 아빠는 아빠대로 홀로 남겨져 힘들고 엄마와 자녀는 낯선 타지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기대에 부응하려는 압박감에 피가 마른다. 그리고 시대가 바뀌어 유학에서 돌아온들 투자 한 만큼 결과를 이끌어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소액을 투자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집을 책으로 도배하는 것이다. 이것이 남는 장사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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