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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새우버거와 그땐 그랬지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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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새우버거 생각에 잠을 못 이뤘던 터라 언제가 마지막 방문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롯데리아를 오랜만에 방문했다. 매장 안에 들자 오래 전과 변함없이 촌스러운 인테리어에 무언가 난잡한 분위기까지 물씬 풍겨 '아 맥도날드를 갈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초가 걸리지 않았다. 롯데그룹 경영진들은 롯데리아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지 않을 까.  



어떤 음식은 오래전 추억을 불러내기도 한다. 초등학생 시절 형과 형 친구들을 따라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었다. 사실 형은 나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 (쪽팔려) 하였지만 나는 떼를 쓰며 나도 가고 싶다며 감정에 호소했다. 그러면 엄마는 동생도 좀 데리고 가서 같이 놀으렴하고 얘기했고 몇 번은 그 작전이 먹혀들었다.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그때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형, 누나들과도 스스름없이 가깝게 지냈다. 그중에서도 누나들이 나를 꽤나 귀여워했었다. 다 부질없는 것이긴 했지만.  (believe or not, 짧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누나들이 주변에 있었던 시절 이기도 했다.) 



형과 나는 한 살 차이지만 그때는 노는 물이 달랐다. 활동 반경이 동네로 제한된 나와  달리 형은 친구들과 사직 운동장에서 프로 농구 시합을 본다던지 자전거를 빌려 타기도 했다. 물론 어린 나이였던 지라 부모님이 목적지까지 차로 태워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점심으로 롯데리아 새우버거를 사주시곤 했다. 편식을 심하게 했던 터라 야채는 양상추가 전부고 갓 구운 두툼한 새우 패티에 마요네즈를 듬뿍 뿌리고 빵으로 위아래를 덮은 새우 버거는 그야말로 최고의 한 끼였고 차를 타고 외출할 때마다 새우버거를 먹을 기대로 들떠있었던 시절이었다. 





새우버거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지만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몇 년 전에는 일본에 있는 롯데리아에서는 생새우 패티를 넣어준다는데 우리나라는 어째서 갈아 만든 패티를 사용하는 거냐며 패티 비교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며 '롯데는 일본 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 새우버거를 즐기는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은 기왕 햄버거를 먹을 거면 외국 놈들(맥도날드) 지갑 두둑하게 해 주지 말고 국산(롯데리아)을 사 먹으라며 말하기도 했다.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은 어설플 한국말로 "롯데는 한국 기업입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들리는 대로 믿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그는 대통령에게 뇌물을 바친 죄로 수감되었다가 얼마 전에 풀려나기도 했다.)  





어찌 됐든 기대가 컸던 탓인가 오랜만에 따뜻한 새우버거를 한 입 베어 불었지만 예전 같은 존맛탱(끝내주게 맛있는)의 세계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 맛은 진짜가 아니야.." 같은 대사를 치며 햄버거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자리를 뜨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지점만 유일하게 새우버거 맛이 없을 수도 있고 세월과 함께 변한 내 입맛이 문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제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맥도날드 부터 버거킹, 맘스터치, 롯데리아, KFC 그리고 각종 수제 버거 집까지 맛있고 다양한 햄버거가 넘쳐난다. 때로는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 만족도를 현저히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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