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험을 치러야 한다. 쪽지 시험부터 시작해서 수능 시험, 진급시험 그리고 각종 고시까지 그 종류와 목적도 다양하다. 어떻게 하면 각자가 치르는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을 수 있을까. 학창 시절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 앉아서 죽어라 공부만 하는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시험에서는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반면에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고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친구도 있었다. 이 둘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시험은 스킬이다
여러분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희생하며 공부를 하는 이유는 목표하는 시험에 붙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그 시험에 최단 시간에 붙어야 합니다. 시험은 여러분의 지식을 테스트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시험이라는 제도는 굉장히 기술적입니다. 여러분은 각각의 시험이 요구하는 사항을 최대한 빨리 알아내서 그에 맞는 기술을 연마하셔야 합니다. 어떤 시험의 합격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공부를 한 사람, 그 수준 이하로 공부를 한 사람 모두 실패입니다. 첫 번째 사람은 설령 합격을 했다고 하더라도 필요 이상의 많은 공부를 했기 때문에 실패입니다. 인생에서 내가 가진 시간, 돈, 에너지, 체력 등 모든 것은 자원이기 때문에 첫 번째 사람은 자원을 낭비하였습니다. 두 번째 사람은 아마도 불합격했을 것이기 때문에 실패입니다.
시험공부는 오래 하는 것이 아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는 오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마음가짐도 '이 시험에 최단 시간에 붙는다'여야 합니다. (중략) 시험을 보는 이유는 바로 필요한 사람보다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즉 시험이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에서, 보다 공정하게 필요한 수요를 공급받기 위한 장치에 불과합니다. (중략) 공부 기간이 늘어나면 지식은 배양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지식과 시험 합격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저자는 신림동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많은 장수생을 만나게 됩니다. 장수생들은 공부량도 방대한 데다가 난해한 문제도 막힘없이 풀어냅니다. 심지어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멘탈까지도 강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본인보다도 훨씬 아는 것도 많고 준비를 많이 한 장수생들이 정작 시험에 붙지 못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원인을 찾아봅니다. 시험을 기술적인 문제로 여기지 않고 학문을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시험공부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암기가 핵심인 반면 학문은 끊임없이 의문과 탐구가 핵심입니다. (중략) 고시생이 학자와 같은 자세로 공부를 해서도 안 됩니다.
목적에 맞는 공부법을 찾아야 합니다. 시험은 최단기간에 붙는 것이 목적입니다. 남들이 하면 나도 그 기간 안에 할 수 있습니다. 합격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공부하십시오. 시험을 철저히 기술적인 것으로 취급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가짐을 이런 목적에 최적화되도록 다지십시오.
무작정 책에 나오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외우는 것은 도움이 되겠지만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 안에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매일 공부량과 시간을 적절히 안배해서 시험 치기 전까지 시험에 출제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공부해야 한다. 시험에 붙기 위해서는 우선 치르고자 하는 시험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다. 시험은 몇 문제로 구성되어 있고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각각의 문제 유형은 어떠한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 저자가 말하는 대로 철저히 기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시험 출제자가 요구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그것을 위주로 공부해야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필자는 얼마 전 OPIC(영어 말하기 시험) 시험을 봤다. 영어 말하기 시험인 만큼 각 주제별 스크립트를 달달 외우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작정 외우는 도중 방대한 양의 스크립트에 좌절했고 시간이 갈수록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읽었던 '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 내용 일부가 떠올랐다. 스크립트를 외우는 것을 멈추었다. 주제별 스크립트를 만들고 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시험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졌다. 먼저 시험 친 사람들의 리뷰를 찾아보고 읽었다. 이미 여러 차례 시험을 경험한 사람들은 시험에 대해 축적된 많은 정보가 있었고 각 문제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노하우가 있었다. 예를 들면 물음에 답변을 할 때 책을 읽듯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약간 오버하면서 말할 필요가 있다라던가. 또 문장과 문장을 자연스레 연결해주는 filler 표현들을 적절히 넣어 주면 영어를 더 잘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정보들이 있었다. 이전까지 공부했던 방식을 아깝더라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각 문제 별 출제 유형을 파악하고 배점이 높은 것을 중심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동안 배점이 낮은 문제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의 노하우를 보고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갔다. 문제별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철저히 스킬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니 자질구레한 것듯은 사라지고 딱 핵심만 남는 느낌이었다. 뭔가 체계가 서고 정리가 된 느낌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첫 시험에서 최고의 등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원하는 level의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만약 시험의 성격을 파악하는 단계를 뛰어넘거나, 스킬로 접근하지 않고 무작정 스크립트를 외웠다면 내 돈과 시간은 훨씬 더 많이 낭비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자원은 언제나 제한적이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시험에 있어 철저히 기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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