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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잡대2

나는 지방대 졸업생이다 (3) 앞에서는 지방대생의 특징과 처해있는 주변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이번 생은 이미 늦은 걸까'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라서 너무나 우울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마음을 고쳐먹어 보아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거지 뭐'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서울에 있는 유명대학 학생들에 비해 경제, 문화자본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뒤쳐지는 지잡대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내심 막힌 속을 뻥하고 뚫어 줄 사이다 같은 솔루션을 기대했건만 안타깝게도 단 한방으로 상황을 역전시킬 그런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역시 인생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문화화용 능력은 무엇보다도 서사 능력이다. 주어진 삶 그대로를 의심 없이 받아들여 모방하며 살아가는 것에 .. 2019. 1. 31.
나는 지방대 졸업생이다 (2)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모든 것이 생소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야자시간 복도에는 몽둥이를 든 감독 선생님이 돌아다니고 교문에서 복장과 두발을 단속하던 낯익은 풍경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갑자기 너무 자유롭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 나를 적당히 구속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개강 전 한 학기 동안 수강하게 될 수업을 신청하는 날 동기의 연락을 받고 막 잠에서 깨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느 선배가 그러는데 어떤 과목은 출석만 해도 점수를 잘 준다 하더라. 또 어떤 과목은 시험도 많고 조별 발표까지 해야 하는데 졸라 빡세데! 그러니까 성적 잘 주는 걸로 듣자 그냥" "알겠다, 그걸로 할게" 너무 오래 구속되어 있어서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법을 잃어버.. 2019.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