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할머니2

피고 지는 것 외할머니는 요양 병원에 계신다. 시골에서 가끔 볼 일이 있을 때나 (보통 병원 진료 목적) 부산, 진해에 있는 자식들 집에 오시는데 볼일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시골로 내려가셨다. 하루만 더 있다가 가시라고 해도 ‘아파트는 너무 답답해’, ‘시골집에 고추며, 깨며 할 일이 많다’ 등 여러 이유를 대시고 결국은 시골로 다시 내려가신다. 물론 당신의 집이 제일 편한 이유기도 하겠지만,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함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요양 병원에 계신 외할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 나의 이름을 얘기하자 ‘XX 아들 누구’하며 말씀하신다. 이제 내가 한 얘기를 누군가 귀 옆에서 크게 다시 한번 얘기해주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다. 나는 핸드폰 화면 속 할머니를 보면서 한마.. 2021. 8. 17.
할머니의 아날로그 외할머니는 매년 엄마의 음력 생일에 맞추어 잊지 않고 전화를 주신다. 간혹 하루 이틀 지나고 연락을 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양력이 아닌 매년 바뀌는 음력 생일날에 맞추어 '생일밥은 먹었는지, 얼마 전에 시골에 내려왔을 때 단돈 5만 원이라도 줄 것을 주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씀하신다. 여든이 넘는 연세에 이제 곧 환갑을 바라보는 딸의 생일을 맞아 5만 원을 주시고 싶었던 할머니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이가 들어도 자식은 여전히 자식으로 남는 모양이다. 엄마의 음력 생일이 다가오고 있는 것조차 몰랐던 나로서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할머니는 어떻게 자녀의 생일을 기억하고 계시다가 이렇게 연락을 주시는 걸까. 엄마의 말에 따르면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기억력이 남달랐다고 한다.. 2018.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