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서 무슨 그림을 그리겠다고 난리냐' 하겠지만 며칠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유를 굳이 묻는 다면 첫 번째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좀 있어 보이기 때문이고 그 다음은 예술과 관련된 무언가를 새로 배우면 삶에 질이 높아지고 그것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quick path'라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이다.
그림을 그려 본 적 이라고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미술 학원에 한 두 달 다녔던 것과 (안타깝게도 그때 무엇을 배웠는지 조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이 전부이지 않을까 싶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미술은 더더욱 멀어졌다. 믿기 어렵겠지만 남자 중학교에서는 뭔가 미술 준비물을 챙기지 않는 것이 더 남자답고 멋있어 보이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준비물을 챙겨 다닌다는 것은 소녀소녀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며 수컷들의 세계에서 초식동물의 위치에 놓이기 딱 좋았다. (역시나 남녀공학을 갔어야 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는 미술은 체육과 음악 과목 다음으로 쓸모없는 수업으로 낙인찍히어 일 년이 지나자 시간표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결국은 한 번도 제대로 미술을 접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마른 장작처럼 감정이 메말랐고 마치 로봇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건 나라에서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오지선다형 문제만 죽도록 풀게 했으니까. (나는 이마저도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서른이 훌쩍 넘어 처음 그림을 시작한 것이다. (시작한 지 며칠 안되었지만) 재미를 느껴 오래 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하다가 재미가 없으면 금방 그만두겠지만 '아님 말고' 정신으로 다른 예술적인 것에 관심을 돌리면 그만이다.
아직은 결코 느낄 수 없지만 언젠가 내가 배우고 갈고닦았던 예술행위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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