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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화실

초보의 순간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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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다 보면 아무리 봐도 '아.. 이건 그림이 아니야'하고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특히나 펜(스테들러 트리플러스 파인라이너)으로 라인 드로잉을 하다 보면 연필로 그렸던 게 아니라서 지우개로 쓱싹쓱삭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림을 그리던 스케치북을 과감히 찢어버리고 다음 장에 새 마음 새뜻으로 다시 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주름 잡힌 옆구리살에 자극받아 굳은 의지로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이 야식을 멀리 하듯 가까스로 그 마음을 진정시키고 계속 선을 이어간다. 몇 장을 찢어가며 다시 그려도 처음 것과 크게 다른 그림이 완성될 거 같지 않아서가 첫 번째 이유이고 (달리 말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스케치북의 구매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파브리아노 아카데미아 A5 사이즈'는 전문 화방이 아니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야 하는데 택배비가 더 나온다. 'The tail is wagging the dog') 두 번째로는 다시는 처다 보기 싫을 정도의 작품이 나오더라도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완성하였다는 작은 성취를 맛보고 싶어서이다. 



사실 초보가 상상한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그건 초보라고 할 수 없다. 욕심부리지 말고 조금씩 나아짐을 느끼며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묵묵히 한 발 한 발 앞으로 옮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어 보인다. 그림 뿐만 아니라 모든 초보의 순간이 그러하지 아니할까. 그리고 이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꾸준함으로 우연 찾기>


어린 시절에는 마냥 즐겁게 그림을 그리던 수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그리기를 멈추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큰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에게 완벽한 그림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완벽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완성에 초점을 맞춰 보세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나씩 꾸준히 완성하다 보면 우리의 그림은 계속 완벽해져 갈 겁니다. 사실 그림에는 완벽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지 모릅니다. 각자의 그림에는 저마다의 개성과 가치가 깃들어 있으니까요. 일단 완성하게요. 그리고 날짜를 쓰고 서명하세요. 


_행복화실, 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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