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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Book Review'

성층권에서 행사되는 힘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9.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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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승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시끄러운 요즘, 청년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본인 자녀에게는 특혜를 준 것이 뽀록나 골머리를 앓고 있을 정치인이 보인다. 처음부터 보이지도 않는 희망을 운운하면서 춥고 배고픈 시간을 잘 참고 견디면 꽃 피우는 날 있을 것이라고 땅이 얼어 삽날이 들어가지 않아도 계속 파다 보면 좋은 날이  수밖에 없다는 입에 발린 말은 하는 그들이었다. 선거철만 되면 이 사회의 청년들 걱정에 밥 맛도 없을 것 같은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추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성태 의원 말고도 유력인사 여러 명이 채용 청탁을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물론 나도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김성태를 엿 먹이고 음해하려는 정치적인 공작이었으면 좋겠지만 계속되는 의혹에 점점 쪼그라드는 김성태 의원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 구석이 저미어 올뿐이다. 


타짜의 고니가 KT 채용비리 뉴스를 본다면 "김성태가 딸 채용 청탁했다는 것에 내 가진 돈 전부와 손모가지를 건다. 쫄리면 뒈지시던지!"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걸 본 김성태 의원은 "이 씨벌놈이 어디서 약을 팔아? 오냐 내 돈 모두 하고 의원직을 건다!"라고 받아친다. 곧 소환되어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김성태 씨 행운을 빕니다. 




아래 글은 김웅 검사의  <검사내전> '어쩌면 울버린, 초인적 능력을 지닌 그들' 내용 중 일부이다. 김웅 검사는 보험사기와 연루된 병원을 수사하면서 명명백백한 사기 증거를 확보한다. 하지만 병원장으로 구속시키는데 실패하고 마는데...




대신 김 씨 등이 주로 이용하던 특정 병원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악의는 없었다. 다만 도대체 얼마나 의술이 뛰어나면 교통사고 중환자들을 이리 빨리 완쾌시키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사람들이 잘 몰랐을 뿐, 그곳에서 현대판 화타와 편작이 조용히 기적을 행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전치 6개월 진단을 받은 환자들도 그곳에만 가면 불과 하루 만에 부러진 허리가 들러붙고 찢어진 인대가 재생되어 밤마다 포장마차를 전전하며 폭음하다 파출소를 습격할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중략)


기적의 병원들에는 화타가 근무한다는 점 말고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병상보다 환자 수가 많고, 그들 대부분은 교통사고 환자이며, 어떤 환자든 동일한 진단과 처방을 받는다는 점이다. 모든 환자는 평등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리고 보험사에도 일률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세트 청구'를 한다. 이런 병원들은 실제 간호기록지, 투약지, 물리치료기록지 들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다. (중략)


모든 수사에는 외압이 들어오기 마련인데, 기적의 병원들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이런 병원들은 대개 큰돈을 벌기 때문에 여기저기 보험도 들어놓고 비 오는 날을 대비해 우산도 장만해놓는다. 어떤 병원장은 명문 고등학교의 동창회장이었는데, 그 동문들이 총동원되어 수사를 방해했다. 심지어 병원장을 조사할 때 거대 로펌의 대표인 동문이 부장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대동하여 검사실에 직접 나타나기도 했다. 최고 권력자와 친하다고 신문에도 오르내리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조사 과정에서 단순 입회만 한 것이 아니라 병원장에게 불리한 질문은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그것이 통하지 않자 최고 권력자의 친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기 위해 굳이 내 앞에서 높은 곳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리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도 눈이 있어서 뉴스를 본다고. 


(중략) 진실을 왜곡하고 순리를 오염시키는 흑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마법사들로 인해 나는 세상의 진짜 힘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게 되었다. 편작이나 화타는 아니었지만, 그 사람은 진정한 우리 사회의 강자였다. 결국 그 병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되었다. 해당 병원 사기 행각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다른 병원장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와중에도 그만은 무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는 나이롱환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은 병원에서 청구한 내역대로 약을 먹고 치료도 받았다며 허위증언을 했다. 놀랍게도 재판장은 그에게 증인선서도 받지 않았다. 


(중략) 결국 마법사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정치와 권력의 힘은 성층권에서 행사되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무서운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병원장은 기소했지만 법원은 재판을 질질 끌었고, 결국 그에게 유죄가 선고되긴 했으나 병원까지 응당한 대가를 치른 것은 아니다. 그 병원은 의료법인 형태로든 바지의사를 내세운 방법인든 지금도 계속 마법을 부리고 있을 것이다. 


Page.45 ~49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 중에 하나는 부는 대물림되는 것이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2등 시민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피폐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모든 일에 열심히다.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부조리와 불공평이 도처에 깔려 있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모든 부정적 결과는 오직 자신의 노력 부족으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권력자들은 2등 시민이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곳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들은 헐크가 건설현장 H빔을 휘어버리듯 입맛대로 법도 휘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권력자의 지시로 없던 채용 자리가 생기고 자녀와 친인척들은 그 자리에 낙하산 타고 살포시 내려앉는다. 대신 그 자리의 주인은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기업들도 그런 채용 비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높으신 분들의 자제들을 회사에 꽂아주기만 하면 회사에 해코지할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암울한 사회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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