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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Book Review'

깨어 있을 생각을 해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9.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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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시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아왔다. '시간은 금이다.', '시간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씩 주어진다.' 서점에 가도 시간 관리에 대한 책은 넘쳐난다. '아침형 인간'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일어나지도 못할 시간에 알람을 맞추게 했고 아침에 알람을 듣고도 계속 잔 우리에게 치욕과 게으른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다. 






교양 과목으로 불교 철학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거의 도인(道人)이었다. 집중 수행차 어느 섬에 틀어박히거나 며칠씩 잠을 안 자고 견딘다고도 했다. 나는 교수님께 "어떻게 하면 잠을 줄일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내심 도인들 사이에 전해지는 비결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랬더니 '잠을 줄이는 방법'을 묻는 나에게 교수님은 단박에 이렇게 답을 했다. "잠을 줄일 생각을 하지 말고, 더 많이 깨어 있을 생각을 해." 어깨에 죽비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잠을 줄이려 하지 말고 더 깨어 있으라니..... 얼핏 들으면 '그게 그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차이는 마음가짐에 있다. '이제부터는 하루에 5시간만 자겠어'라고 생각하면 잠을 줄이는 일 자체가 목적이 된다. 일종의 극기 훈련이 되는 셈이다. 극기 훈련은 그 자체만으로도 괴로운지라 무의식에서는 저절로 잠, 잠, 잠 하고 잠을 갈구한다. 마음 깊숙이에서 잠을 찾으니 아무리 밀어내도 잠을 올 수밖에. 



반면 무언가 일이 있어서 더 깨어 있으려 할 때는 의식과 무의식이 모두 해야 할 일로 향하고 잠은 부차적인 게 된다. 두뇌가 계속 움직이므로 잠이 점차 멀어진다. 그런 중에 오는 졸음은 정말 우리 몸이 꼭 필요해서 보내는 신호에 가깝다. 고민 없이 기쁘게 이불속으로 들어가도 그만이다. 깨어 있는 동안은 최대한 열심히 산 거니까. 결국 자연스럽게 잠이 줄어드는 것이다. 



교수님의 답변에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잠자는 시간을 줄이려 발버둥을 칠 때 나의 초점은 일이나 공부가 아니라 잠 그 자체였다. 잠을 작게 자는 만큼 성공이 따라올 거라는 잘못된 전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공의 가늠자가 만약 있다면 그것은 극기의 총량이 아니라 생산성의 총량이 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생산성의 총량이 극기의 총량으로 이어지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억지로 잠을 줄이기 이전에 우선 시도해볼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먼저 깨어 있는 시간에 제대로 살고 있는지 점검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을 때 전날의 방전된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피곤함을 쉽게 느끼고,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져 일의 효율이 바닥을 치는 경험을 다들 해보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심리적으로도 쫓기고 압박을 느끼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본인이 느끼기에 충분한 잠을 

 잤다고 생각을 하게 되면 실제 필요량만큼의 잠을 잤다고 하더라고 뇌에 피곤하다는 사인을 계속 보내게 되고 우리의 뇌는 (실제로는 보통 때와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더라도) 피곤하다고 받아들여 우리를 무기력하게도 만든다고 한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침형 인간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나 온전히 집중할  있는 시간을 만들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리의 삶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이 습관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매일 아침 씻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집을 나서는 회사원과 학생에게 하루아침에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하는 것은 고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침형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품을 많이 들여야 한다. 



'졸음 앞에는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다. 너무 졸려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올 때는 제 아무리 강호동이라고 해도 그 무게를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일은 당장 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을  어떻게 시간은 보내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일과 공부를 하고 있지만 딴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돋보기를 가져다 유심히 봐야 한다. 또 우리는 없는 시간도 만들어 바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간중간 무심코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많다. 등교,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시간을 이용하여 하루 1시간 독서를 한다면 별도의 독서 시간을 만들지 않더라도 1년이면 수많은 책을 읽을  있을 것이다. 각종 핑계를 되며 시간이 없다는 사람은 24시간이 온전히 주어지더라도  시간을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잠을 줄이는 것은 나중에 일이다.  보다 깨어 있는 시간을 꽉 차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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