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남들보다 생산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신기한 것은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루틴으로 하루 보내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 내놓은 결과는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이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도 어학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며 취미 생활을 즐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걸까? 이들의 하루도 우리와 같이 24시간일 텐데 말이다. 물론 부의 정도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출근길 아침 대문을 열고 나가면 기사분이 검은색 고급 세단에 시동을 걸어 놓고 문을 열어 주는 쪽과 먼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거나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이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의 하루는 똑같은 24시간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손가락 사이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 알갱이들처럼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은 없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학 시절, 유명한 조국 교수님의 형법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강의에도 충실하고, 트위터도 많이 쓰며, 책도 계속 내면서,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까지 꼬박꼬박 챙기는데, 그러면서도 논문 실적이 우수해서 법학자 가운데 실적이 늘 최상위권인 교수님이었다. 어떻게 그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으시냐고 누군가 물었다. 그때도 교수님의 답은 짧았다. "술 안 마시고 골프 안 치면 할 수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늘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시간이 없어서 이것을 못하고, 시간이 없어서 저것을 못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넉넉해도 하지 못한다. 원래 시간은 상대적인 까닭이다. 할 일이 많은 사람에게 시간이 충분 한 때는 오지 않고,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에게 할 일은 밀려들지 않는다. 일이 있는 사람에게 어차피 시간은 늘 빠듯하므로 할 일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 술자리를 줄이고 자투리 시간을 긁어내어 한 문장을 쓰든, 한 땀을 뜨든, 한 소절을 부르든 우리는 해야 한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고민에 대하여' 중에서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_한재우
그렇다. 인정할 건 해야 한다. 할 것 다 하면서 얻고자 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없다. 인생은 '등가교환'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뿌린 만큼 거두는 법인데 퇴근 후 친구들과 술잔을 부딪치면서 공부할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는 "저는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라고 얘기하겠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점심시간이 되면 회사 근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 후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삶은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세상은 억척같이 달려들었던 사람들이 바꿔왔다.
움베르토 에코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을 쓴 소설가다. 하지만 소설가이기 이전에 그는 기호학자, 철학자, 미학자로서 세계적인 석학이다. 소설보다는 학문에 들이는 시간이 훨씬 많다고 말한 적도 있다. 당대의 천재라고 불려도 좋을 에코에게 인터뷰어가 물었다.
언젠가 많은 시간을 확보하고자 휴가를 냈을 때 보다 오히려 출퇴근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을 때가 생산성이 더 좋았던 것을 기억한다. 오늘도 삶이라는 전투에서 시간의 틈을 찾아 부지런히 메우는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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