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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여름날의 추억 (스티브 잡스 연설물을 외우며)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9.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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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문을 드디어 외웠다. "명연설이다"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등 외워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지만 그간 나의 삶에는 하지 못할 핑곗거리가 더 많았다. 그러던 중 회사에 외국인 손님이 방문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순간 외국인 앞에서 얼어붙어 한마디도 못하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잔인했다. 그때부터 직장동료와 함께 대략 15분 정도 되는 방대한 양의 녹음 파일을 들으며 스티브 잡스 연설문을 외우기로 했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 내용은 다음에 얘기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다른 얘기를 조금 해보고자 한다. 우선 직장동료와 나는 일요일을 제외한 6일 동안 매일 5~6 문장을 외워서 녹음하고 녹음 파일을 자정 전에 톡방에 올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하고자 하는 의지가 넘쳤기에 큰 어려움 없이 녹음 파일을 올렸다. 하지만 매일 5~6 문장씩 자가증식하는 세포처럼 외워야 할 문장이 늘어 낫기에 전날 외웠던 문장이 생각이 나지 않거나 문장의 순서가 뒤죽박죽 되어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시간'과 '장소' 확보가 쉽지 않았다. 직장인이다 보니 업무 시간에는 꼼짝없이 회사에 묶여있어야 했으므로 출, 퇴근 이동 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퇴근 후 시간까지 즉 틈틈이 시간을 확보해 문장을 외우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15분가량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연습을 할 때도 소리 내어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적당히 큰 소리로 문장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회사 회의실에서 외울 때도 있었지만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을까 신경이 쓰여 완전히 몰입할 수 없었다. 집에서는 아직 부모님 집에서 얹혀사는 딱한 처지 인지라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계시는 부모님들의 대화 소리와 다른 방해 요소가 많아 문장을 외우는 장소로 적합하지 않았다. 



조용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집 근처 도서관에 가게 되었다. 도서관도 본질적으로 조용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곳이기에 도서관 구석 한적한 벤치에서 음성 파일 듣고 스크립트를 보며 원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절상 여름에 속했기에 밤이 되어도 땀이 줄줄 흘렀고 모기를 포함한 곤충들의 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그중에서도 이놈의 모기는 살이 노출된 부위 뿐만 아니라 옷 위에서도 능수능란하게 나의 피를 빨아먹었는데 한 문장을 읽고 몸을 한번 긁는 행동이 반복될 정도였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때 당시는 세상의 모든 모기들을 붙잡아 화형에 처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기에게 더 이상을 피를 내줄 수 없어 도서관 주변을 걸어 다니면서 영어 문장을 외우는데 그럴 때면 거미들이 쳐놓은 무수히 많은 거미줄이 기름기로 가득 찬 얼굴에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그때 걸린 거미줄로 스웨터를 아니 목도리 정도는 짤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어 문장을 외웠고 한 달이 지나갈 무렵 연설문 전체를 외웠다. 그렇다고 영어 실력이 갑자기 원어민이 되거나 하는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외국인을 만나 얘기를 한다면 여전히 카오스 속에서 허덕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든 말 든 영어 문장을 중얼중얼 되면서 길을 걸었고, 퇴근 후 아무도 없는 도서관 벤치로 가서 소리 내어 영어 문장을 반복해서 읽었다. 모기와 거미 각종 여름 벌레들의 총공세에도 피를 내어 줄지언정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그날 할당된 영어 문장을 외우고 귀가했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비아냥되기도 했지만 나는 절실하게 매달렸고 15분이나 되는 스티브 잡스의 영어 연설문을 외우는 데 성공했다. 나에게 또 다른 성공 경험이 생긴 것이다. 이런 소소한 성공 경험이 앞으로 더 큰일을 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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