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칼럼을 읽었다.
<꾸준히만 해도 무조건 상위 10%다>
건방진 소리 같지만, 난 동료들한테 시장의 90%는 애초 우리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내부적으로 동기부여 차원에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90%보다 잘하는 건 일도 아니다.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그냥 매일 뭔가 꾸준히 하면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 이게 전부다.
신규 팟캐스트의 80%가 6개월을 못 버틴다. 바꿔 말하면 반년만 버텨도 이미 80%보단 잘하고 있는 셈이다. 이게 연 단위로 가면 더 심하다. 난 1년 이상 매일 콘텐츠 올리는 블로그를 거의 못 봤다. 체감상 5%도 안 되는 것 같다. 뭐든 1년만 꾸준히 해도 성과가 안 나올 수 없다.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새벽 수업에 등록했더니 딱 2주 만에 나오는 사람이 1/5로 줄었다. 3개월 과정이 다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안 빠진 건 오직 나뿐이었다. 심지어 선생도 결석한 날이 몇 번 있었다. 마지막 수업 날은 나 혼자만 수업을 들었다.
그때 깨달은 건 뭔가 꾸준히 하는 건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이고 이렇게 성실할 수 있는 타입은 10%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난 뭘 하든 90% 정도는 경쟁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친구들의 근성과 열정이란 유통기한이 라면만도 못하니까.
매일 꾸준히만 해도 대다수를 이길 수 있다니. 이 정도면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근데 꾸준히 하려면 재밌어야 한다. 그러니까 뭘 잘하고 싶으면 자신만의 재미 포인트 하나 정도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안 그러면 오래 버틸 수 없다.
나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나보다 오래 하는 사람은 별로 못 봤다. 시간 지나니 제일 잘하는 건 끝까지 남은 사람이었다. 오래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고 그러려면 남 눈치 보지 말고 뭐든 자기 즐거운 걸 해야 한다. 잘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꾸준히만 하면 된다.
http://moneyman.kr/archives/4140
내용을 요약하면 무언가를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매일 꾸준히만 한다면 상위 10%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속하는 것,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새해마다 목표를 세우고 다짐을 하지만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았던가. 유튜브가 핫하다고 해서 '나도 해볼까'하고 탕 속의 물에 몸을 담가보지만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찾아서 보는 사람이 없으니 조회수는 늘지 않고, "좋아요, 구독 부탁합니다!" 외쳐도 소귀에 경 읽기와 다름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열정이 식게 되고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된다. 보통의 우리 모습과 많은 점이 닮아있다.
운이 좋아 단기간에 대박을 터트리거나 자극적인 소재로 반짝 인기를 누리는 유튜버도 더러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흔히 잘 나가는 크리에이터들의 공통점은 '지구력'이 좋은 사람들인 것 같다. 많은 구독자와 높은 조회수의 콘텐츠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상위에 랭크된 인기 유튜버들은 보는 사람이 없어도 매일 묵묵히 그날의 콘텐츠를 포스팅 한 사람 일 것이고, 아이디어를 짜고 짜내 더 나올 것이 없어도 어쨌든 그날의 할당량을 빠트리지 않고 업로드 한 사람이지 않을까. 하지만 일반인들의 눈은 인기와 벌어들이는 수익에만 집중될 뿐이다. 그들이 하루하루 스트레스받으며 쌓아 올린 피라미드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이미 이름난 유명한 소설가들도 책상에 앉는 다고 해서 물 흐르듯 글이 자연스럽게 써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소재라는 큰 벽에 직면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고민을 거듭하다 소재가 끝내 떠오르지 않더라도 이들은 쉽게 펜을 내려놓는 법이 없다. '글 쓰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서라도 쓰고 만다는 것이다. 여기서 방점은 어쨌든 멈추지 않고 지속한다는 것에 있다.
매일 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지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칼럼에서 말하는 지속하는 것의 방법론적 측면, 즉 '오래 하려면 재밌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토를 달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는 어떤 것이든 이면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재밌는 것만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교수라는 직업이 학생만 가르치면 될 것 같지만 때가 되면 학생들의 평가를 받아야 하며 수업과 별개로 연구도 해야 하고 논문도 써내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본문을 듣고 문장을 암송하는 일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때로는 곤욕스럽기까지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면 길가다 돈을 줍듯 불쑥 재미가 찾아올 때가 있다. (물론 안 올 수도 있다) 영화를 보다가 '어, 내가 배운 문장이 들리네!' 하는 순간, 해외여행을 가기 전 호텔을 예약하고 전화로 공항 픽업 요청을 무사히 성공했을 때, 회사에서 영어 메일을 힘들지 않게 써냈을 때 내가 그간 한 것이 삽질이 아니었구나 하며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사실 재미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 것이다. 재밌는 것만 찾는 것은 인생을 물로 보는 처사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 팁을 덧 붙이자면 하루 중 제일 먼저 그것을 해버리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짐했던 것을 (운동, 영어공부, 독서 등) 해버리면 나중에 압박감을 덜 느끼게 된다. 반대로 이것을 뒤로 미루면 숙제가 남아있다는 생각과 시간이 촉박하여 부담을 쉽게 느끼게 된다. 밥상에 여러 반찬이 있을 때 맛없는 반찬을 먼저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중에는 맛있는 반찬만 남게 되고 맛있는 반찬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나 지속하는 것이다. 목표했던 것을 하기 싫어 죽겠는 날도 '딱 20분만큼만 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루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1월 1일 해맞이에서 했던 다짐이 작심삼일로 끝나버리지 않기를, 2020년에는 같은 다짐이 리스트에 오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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