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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Do something at your own risk'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20.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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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부터 이직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면접까지 몇 차례 갔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입사 지원 후에는 마음이 바다 위의 돛단배처럼 이리저리 떠다녀서 하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여기는 가능성이 없겠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지원 후에는 그래도 모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생기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일을 하는 중간에 틈이 나면 습관적으로 구직사이트 어플을 터치해 몇 명이 지원했는지, 다른 구인광고는 없는지를 훑었다. 그러다 불현듯 한 줄기의 생각이 스쳤다. 왜 무조건 각자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식이 회사여야만 하는가. 다른 길은 없는가. 나 자신도 모르게 어려서부터 회사가 마치 사회 안전망이나 되는 냥 주입식 교육을 받고 주변의 말들을 거르지 않고 무조건 흡수한 탓이 클 것이다.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말한다. '노동자의 실질적인 처지는 노예라고 말이다.' 





노동자라는 호칭에 속아서는 안된다. 그 실질적인 처지는 바로 노예다. 이 넓은 세상에는 다양한 직종이 있고, 저마다 다른 삶의 모습이 있다. 그렇게 폭넓은 세상에 살면서 왜 처음부터, 어린 시절부터 회사에 취직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살아왔는가. 마치 다른 길은 없는 것처럼 다짜고짜 직장인이 되기로 결심한 근거는 무엇인가. (중략..) 남에게 고용되는 처지를 선택하는 것은 9할을 스스로 방기 하는 일이다. 인생 전부를 남의 손에 빼앗기는 것이다. 쥐꼬리만 한 월급과 상여금과 퇴직금을 빌미로 지시에 따르기만 해야 하는 인형 취급을 당하고, 퇴직 후 제2의 인생이라는 거짓으로 점철된 무지갯빛 꿈을 꾸는 동안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철저히 무시된다. 


_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나는 지금 나로서 존재하지 못하고 노예로 다른 주인을 찾고 있는 것뿐이었다. 조금 더 좋은 환경일지라도 노예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주 예전처럼 노동을 착취당하거나, 가혹행위를 당하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사고하지 못하고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을의 형태로, 노예의 형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인스타에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참 멋진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Do something at your own risk’ '나의 책임으로 무언가를 하다'. 남의 책임으로 움직이는 건 쉽다. 명령을 내리면 따르기만 하면 된다. 결과가 나쁘면 그뿐 나의 탓이 아니다. 내 의견과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다. 항상 무언가를 하기에 앞서 보험을 들고 대피처를 마련한다. 잃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지고 있는 것들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책임으로 뭔가를 많이 저질러야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 거 아닐까. 타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책임으로 도전을 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분명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게  것이다. 이것 또한 자산인 것이다. 이런 자산은 다른 사람이  수 없는 것들이다. 





얼마 전 한창 일 할 나이인 40대도 은행권에서는 권고퇴직 대상에 든다는 기사를 접했다. 예전에는 한 회사에서 30년 일을 하고 은퇴할 수 있었지만 이제 회사 인간이라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장 회사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회사를 차리라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회사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없어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이며, 남이(상사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는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고 시도하는 일을 횟수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회사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은 회사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해 나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실드를 깨고 나와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인생은 등가교환이다 내 인생의 무게는 내가 스스로 짊어지고 나아가야 한다. 회사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는 도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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