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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

영감님 몇 년 전 나에게 처음 조카 녀석이 생겼고 아버지에게는 손자가 생겼다. 그즈음부터 나는 아버지를 '영감님'이라고 불렀던 거 같다. 실제 나이나 생물학적 나이를 보더라도 아직 영감님이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고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작년 영감님은 건강이 악화되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 소재의 병원에서 수술을 하셨다. 수술 후 서울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시다가 부산으로 내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을 나가겠다고 선포하셨다. 그리곤 며칠 지나지 않아 새벽 일찍부터 막일을 나가고 계신다. 게다가 원래부터 근검절약하시는 편이었는데 그 정도가 많이 심각해져서 문제다. 예를 들면 무더운 여름 정수기의 냉수 전원을 계속 켜두면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며 냉수 전원을 꺼버리신다던지, 샤워를 할 .. 2018. 3. 12.
떠난다는 것은 (지난 여름의 끝자락, 제주도에서) 여행은 떠나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고 가는 무언가 때문에 마음 한편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제주도로 늦은 휴가를 떠나왔다. 평일이지만 유명 음식점은 관광객으로 붐볐고 차창 밖에서 구수하고 추억을 담은 시골냄새가 석양에 뒤섞여 흘러 들어와 코를 즐겁게 했다. 도로 곳곳에 제주도 특산품인 귤과 한라봉 파는 간이 건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과연 제주도 흑돼지 수가 관광객의 수요를 따라갈 수는 있을는지 진지하게 고민이 들만큼 많은 흑돼지 구이 집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여행은 즐겁고 행복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익숙하던 생활 패턴이나 장소를 벗어나 낯선 곳을 거닐며 입이 절로 벌어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거나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지역 특산품이나 각종 맛있.. 2018.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