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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Book Review'

가족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해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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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아버지가 뜬금없이 말씀하셨다. "한 달에 얼마 정도 버냐? 한 300만 원 정도는 되냐?" "앞으로 가정을 꾸려서 살아가려면 그 정도로는 택도 없다"하시며 또다시 공무원 예찬론을 설파하시기 시작했다. 그 시대의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공무원=철밥통’이라는 진리는 변함없으며 붙기만 하면 정년이 보장되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어디서 듣고 오셨는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경우 고된 일이 없어 편하고 급여도 넉넉하다며 자격증을 따 보는 게 어떻겠냐고 애써 빙빙 돌려서 말씀하셨다. 참고로 나의 경우 이런 말을 들으면 더욱더 그 직업군에 반감이 생기는 부류에 속한다. 결국 얼굴이 상기되고 언성이 높아져서 옆에서 가만히 듣고 계셨던 어머니가 중재에 나서셨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하지 않아야 할 말 가시 돋친 말을 너무나도 쉽게 내뱉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다 너를 위해서 그렇다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지금까지의 가족관계에서는 필연적으로 희생이 따라왔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좋은 직장을 다니며 남들처럼 질 좋은 삶을 영위하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금전적 지원이나 개인의 시간이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희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희생이 종국에는 부모에게도 그리고 자식에게도 행복이라는 형태로 되돌아오기보다는 서로에게 부담감만 안겨 줄 가능성이 크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가 있니?” 티브이 드라마에서나 들을 법한 대사가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선을 같이 하고 있는 까닭이지 않을까. 


대입 수험생들이 원하는 학교, 학과를 지원할 때 앞으로의 전망, 본인과의 궁합 등의 요소를 일부 고려하긴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뿌리치고 오직 본인만의 판단으로 결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부모님이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본인 적성에 전혀 맞지 않지만 가족을 위해 매일 아침 일찍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나 역시 퇴사를 하고 싶어도 당장 부모님의 얼굴이 먼저 아른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당장 납득시킬 수 있는 자료를 PPT로 정리하여 발표하여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디딤돌이자 동시에 걸림돌인 셈이다.  

이 모든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다.  




우리가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흥미로운 무언가에 자원을 쏟아부으려 할 때, 우리가 실패하고 다치고 망하고 상처를 받을까 봐 말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머뭇거리게 한다. 내가 실패하고 망함으로써 그들을 책임지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지는 소중한 존재들, 그들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족쇄다. 가족이란 대개 그런 존재다. 그리고 그들 때문에 포기한 모든 일들은 고스란히 후회로 남는다. (중략)  


가족은 가장 보편적인 종교다. 가족은 무조건 사랑하고 보듬고 용서해야 할 대상이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교리 때문에 우리는 종종 살아서 지옥을 맞는다. 다 쓸데없는 짓이다. 나는 가족과 나의 기대가 상충할 때, 정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궁극적으로 나의 행복을 지지할 거라는 믿음으로 최대한 이기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나의 가족들도 철저하게 자기 행복만을 위해 살아주기를, 나를 위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기를, 결과적으로 나에게 아무 채무감을 지우지 않아주기를 바란다.  





<가족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해> - 혼자서 완전하게 (이숙명) 



무조건 청개구리 식으로 주변의 관심과 조언을 묵살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말이 아니다. 필요한 내용은 참고하고 자신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위법이 아니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다면 말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만둔다고,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뚜렷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를 비난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자. 원래 인간은 자기 말고 남에게 큰 관심이 없다. 그러니 그런 몹쓸 말들을 쉽게 쏟아 내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할지 무엇을 할 때 행복감으로 충만해지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행동에 책임만 지자. 그러면 경제적으로 궁핍하더라도 우리는 행복할 것이고 성장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친구 카톡 프로필 사진에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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