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읽고
어떤 선택을 할 때 자주 듣는 단어들이 있다. ‘효율성, 합리적 판단, 감가상각 및 가성비 등’ 특히나 목돈이 들어가는 큰 결정 앞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은 잘 따져보고 최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틀렸다. 우리는 이때까지 계속 속았고 앞으로는 넘쳐나는 거짓 정보의 바다에서 허덕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고 있다. 과장 좀 해서 요즘은 세 살짜리 아이도 부동산이 돈 벌기에 최적의 수단이라는 것을 알 정도이니 말이다.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부동산 박람회에 정보를 얻어보고자 다녀오셨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5,60대 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3,40대가 참여 인원의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기성세대들이 학습효과를 통해 ‘부동산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습득하였고 그것이 대물림되는 것이다. 당장 지금 여유는 없지만 결국은 집 값이 오를 거라는 믿음 하에 젊은 세대들이 무리한 대출도 불사한다.
않으로도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 가지를 공유해 본다.
첫 번째 우리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받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길을 가다가 어디서나 부동산 광고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놓쳐서는 안 될 마지막 기회! 마감 임박!’ ‘역세권 평당 XXX 원’ ‘신도시의 중심, 노후 완벽 보장’ 모든 부동산 광고에는 장미 빛 희망만 있을 뿐이다. 여기저기 오른다는 얘기뿐이고 놓치면 후회할 거라는 협박 비슷한 것이 남발될 뿐이다. 그 누구도 집 값이 떨어지면 입게 될 막대한 손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전문가 (부동산 전문가, 기자)라고 믿고있는 사람들을 통해 얻은 정보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분석된 내용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이해관계에 의해서 조작되는 정보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언론사 기자들의 전문성 부재>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면 대부분 부동산 정보업체 사람들이거나 또 부동산 투자 컨설팅처럼 계속 집값이 오른다고 해야 하는 사람들을 취재원으로 삼습니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이 오른다'는 이야기만 하지 실제로 집값이 떨어질 경우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말해주지 않거든요. 이처럼 명백히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객관적인 전문가인 양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 ‘정부-건설업체-시중 금융기관들의 묘한 공생관계’
신문(언론사)을 예로 들어보자. 신문사들이 신문을 받아보라고 하면서 자전거나, 현금을 주는 경우를 주변에서 보았을 것이다. 신문 구독료는 얼마 하지 않는데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손해가 되는 일은 하지는 않을 것이고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언론사의 대부분의 수익은 광고에서 나왔다. 신문 구독료가 아니었다. 건설사로부터 광고를 따내려면 부동산의 미래는 밝고,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사를 써야 했던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고 기사를 쓰면 건설사의 광고는 타 신문사로 넘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은행이라고 다를까? 은행이 수입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예금 입, 출금과 송금 때 발생하는 수수료가 그중 하나이고 나머지 하나는 개인과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대출을 해준 뒤 발생하는 이자에서 나온다. 그러니 은행도 여러 가지의 대출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언론보도가 사람을 현혹하는 것 이는 부동산, 건축 혹은 건설이라는 분야가 언론의 광고 시스템과 밀착되어 있기 때문.
언론이 그런 보도를 안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일단 언론의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속된 표현으로 2008년부터 건설업체들도 쫄쫄 굶었지만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부동산 광고가 줄어들자 부동산 광고 매출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다수 언론사들도 쫄쫄 굶었습니다....
이들 건설사들의 분양 성패에 언론사들의 광고 수입이 왔다 갔다 하니 언론사들도 부동산 시장을 어떤 식으로든 띄우기 위해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언론사들이 분양 광고를 매개로 해서 또 한편으로는 일반 가계들을 재물로 삼아서 더 이상 부동산으로 투자 수익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 됐는데도 금방 대박이 날 거처럼 환상을 불러일으켰지요.
정부는 갈수록 떨어지는 성장 잠재력을 부동산 투기 붐을 불러일으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시중 금융기관들의 '약탈적 대출' 관행을 방조했다. DTI규제는 각 가계에 무리하게 대출해 폭리를 취하는 금융기관들의 약탈적 대출 관행을 막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조치다. (중략) 한국 정부도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기 위한 주택의 자산가치 대비 대출액의 비율을 규제하는 LTV규제는 일찌감치 도입했으면서도, DTI규제는 부동산 붐의 정점인 2006년에야 도입했다. 이처럼 약탈적 대출이 지속되다 보니 가계소득을 훨씬 넘어서는 대출을 받은 가계들이 양산됐고, 그것이 2007년 이후 하우스 푸어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는다.
빚으로 집을 산다는 것은 집값이 떨어진다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위이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 단연 1위는 집을 매매하면서 발생한다. 대략 그 정도가 총 가계부채 비율 중에서 8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물론 집값이 큰 폭으로 계속 올라만 준다면은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냐만은 소폭 인상되거나 오히려 떨어지게 되면 가계 부담은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기회비용의 상실을 고려해보아야 하는데 집에 많은 돈은 투자하면서 실제로 그 금액이 은행에 예금되어 있을 때 얻은 수 있는 이득(이자)을 잃게 된다. 그리고 만약 빚(대출)은 내서 무리하게 집을 구매할 경우 약속된 날짜에 일정한 금액의 이자와 원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여기서 집 가격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엄청난 부담(집값의 하락 + 대출 이자와 원금)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사실 자산가치의 하락이 아니라 기회비용의 상실이지요. 기회비용의 상실이라는 것은 적극적 의미와 소극적 의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적극적 의미에서 놓고 본다면 부동산에 들어가 있는 돈을 은행에 예금했을 경우 취할 후 있었을 이익을 잃어버린 셈이지요. 혹은 부동산에 투입된 돈을 어떤 새로운 사업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투입하지 못하니까 적극적 손해겠지요. 대출에 대해서 오히려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가 잃어버리는 적극적 의미에서 기회비용 상실과 또 소극적 의미에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부분. 그 외 거래할 때 거래관계의 세금이라던지 거래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손해가 막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언론, 정부, 부동산 그리고 시중 금융기관'까지 우리 주변에는 '어떻게 하면 벼룩의 간을 내어먹지' 하는 도둑놈들만 득실 되고 있었던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정부는 그래도 국민을 먼저 생각하지 않겠냐고? 정부는 그 선봉에 있었다. 부동산 부양책을 펴면서 가계 부채율은 높아만졌고 서민과 중산층을 빚더미에 매몰되게 만들었으며 부동산 거품을 조장했다. 반면 건설사와 시중은행들은 많은 돈을 벌게 되었지만 말이다...
앞으로 최고의 재테크는 빚을 지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내 마음대로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 (0) | 2018.06.20 |
---|---|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0) | 2018.06.19 |
가족 사이에도 거리가 필요해 (0) | 2018.06.12 |
말의 품격 (0) | 2018.05.24 |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되어간다. (0) | 2018.04.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