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뉴스나 시사 프로를 통해 ‘쌍용차 해고 노동자' 관련 소식을 접해왔다. 하지만 해고 노동자들이 사측과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고개를 떨구고, 그리 밝아 보이지 않은 전망과 고된 싸움에 지쳐 하나 둘 목숨을 끊을 때 조차도 그들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회사와 정부는 그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방조 해왔다.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나의 가족, 주변 지인의 일이 아니라는 하찮은 이유로 모든 일이 그렇든 강물 흘러가듯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산이었던 것 같다. 나는 사실상 방조자이자 공범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또 한 명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벌써 30번째 희생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누군가의 아들이, 누군가의 형제가, 누군가의 친구이자 이웃이 그렇게 사라져 갔다. 국가는 약자의 편에 서기보다는 등을 돌리고 해고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노조원들을 상대로 억 단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들은 이미 직장을 잃은 데다 손해배상 가압류로 살고 있는 집과 퇴직금마저 빼앗겼다. 우리는 그들의 절박함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왜 죽지 않고 더 싸워 보지' 하며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즘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인간이 저지르지 못할 일이란 건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제자 뉴스에 쌍용차 노조원들이 희생자 추모제를 위해 대한문에 합동 분향소를 차렸는데 친박 보수 단체들이 몰려와 “빨갱이들 물러가라’ ‘시체팔이 그만하라’ 자극적인 발언을 거름망 없는 깔때기처럼 해댔다고 한다.
얼마 전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단식으로 온몸이 쪼그라든 한 학생의 아버지 앞에서 '시체 장사는 그만 하라' 외치며 같은자리에서 앉아 피자를 시켜먹은 일베 회원들의 모습이 겹친다.
<또 이 얘기냐고, 좀 그만하라고, 이제 지겹다는 너에게>
아직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그와 그의 가족들이 있다고, 매일 피눈물의 바다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을 당사자들을 생각해보자고, 제대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없이는 재발방지 대책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고 뜬 구름 잡기에 불과한 것을 모르냐며, 300여 명의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어떻게 침몰하는 지를 벌써 잊었냐고, 이렇게 끝내 버리면 역사는 반복되어 너와 나 그리고 우리 가족들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고통의 시간을 그래도 잘 견뎌 왔다고 피해자들의 눈물은 닦아 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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