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가 가라 '여행'

만병통치맥 (부맥제를 다녀와서)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9. 6. 26.
반응형

여름 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맥주 아닌가. 땀 흘리고 샤워 후에 꿀떡꿀떡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와인을 신의 눈물이라고 칭한 들 여름철 맥주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맥주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나의 몸은 맥주와 궁합이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다. 맥주를 마신 다음 날이면 설사를 하기 때문이다. 소주나 양주, 와인을 마신 다음 날은 설사를 하지는 않는데  (설사를 하지는 않지만 과음하면 개로 변신한다 월! 월!) 유독 맥주를 마시면 다음 날 아침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게 된다. 때로는 출근길 운전 중에 신호가 와서 식은땀을 흘리며 혼자 괴로워했던 적도 몇 번 있다.  



진정한 '맥덕'이라면 메시가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리듯 이런 핸디캡들을 가뿐히 제치고 계속해서 맥주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자체적으로 내린 특단의 조치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복용하는 것이다. 그것의 임무는 하루에 한 번 장 깊숙이 침투하여 제방을 높고 굳건히 쌓아 맥주가 폭우처럼 쏟아져도 홍수가 나지 않게 막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선방 중이라 나의 맥주 라이프는 계속되고 있다.



여름에는 맥덕들을 흥분케 하는 맥주 페스티벌이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열린다. 하지만 그간 한 번도 참여해본 적은 없었다. 맥주를 좋아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리뷰가 많아서 이기도 했고 에이컨도 없는 야외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줄을 서면서 까지 맥주를 마시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올해는 운이 좋게도 처음으로 부산에 있는 펍 'Skoll'에서 ‘부산 수제 맥주 페스티벌' (이하 부맥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재빨리 티켓을 끊었다. (자주 하는 얘기지만 무엇이든 지르고 나면 자연스럽게 일은 흘러간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하고 보자!)




 

티켓은 원하는 시간대에 예약이 가능했으며 입장 후 3시간 동안 펍에서 제공하는 30여 종의 수제 맥주를 마음껏 시음해 볼 수 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전국 방방 곡곡에 흩어져있는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단 말인가) 매장 앞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참가하는 브루어리들의 입간판이 나열되어 있는데 벌써부터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skoll에 들어서면 벽면에 붙어있는 홍보 포스터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주최 측의 탁원한 작명과 센스 있는 문구에 감동을 받았더랬다. '이런 능력은 어떻게 해야 길러지는 것일까' 물건을 파는 마케터는 아니지만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나 다른 어떤 것 예를 들면 노동력 같은 것을 타자에게 제공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1인 마케터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포스터는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고 자극이 되기도 한다.

 



아래는 즐길 수 있는 맥주 라인업이다. 우리가 시중에서 즐겨 마시는 맥아와 홉으로 만든 맥주도 있고 열대과일, 커피 , 초콜릿 등 색다른 재료를 베이스로 만든 개성 넘치는 맥주도 있다. 이전부터 즐겨 마시던 더부스(The booth)의 맥주도 보인다. 하이트나 카스만 보다가 갑자기 많아진 종류에 선택 장애가 생길 수도 있지만 맥주 하단에 정보를 참고하여 제일 당기는 것을 선택하여 먹어보고 아니면 다른 것으로 갈아타면 그만이다.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라고 했다면 "우리에게는 아직 30종류의 맥주가 남아있다!"




* ABV(Alcohol By Volume - 알코올 도수), IBU(International Bitterness Unit - 쓴맛 정도), SCENT(향) 






잔을 들고 원하는 맥주의 번호를 불러주면 스태프들이 맥주를 채워 제공해주는 시스템이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부지런히 여러 맥주를 시음해 보았는데 특히나 32번 칠홉스 브루어리 (Chillhops brewery)의 '더티플레이' (네이밍이 예술이다. 정말 빽태클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맛이다)와 30번 스퀴즈 브루어리 (Squeez brewery)에서 만든 이름도 예쁜 ‘파리의 꿈’ 맥주가 인상적이었다. '화이트 와인으로 맥주를 만들다니!' 세상은 넓고 아직 마시지 못한 맥주는 넘쳐난다. 그간 시중에서 파는 맥주가 지겹다거나 비싼 IPA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였던 사람은 부맥제를 찾는 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맥주를 즐겨 볼 수 있다. 



반응형

'네가 가라 '여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와 방콕  (0) 2020.03.22
생에 첫 대게 (7번 국도 여행)  (0) 2019.12.17
블루보틀 인 교토  (0) 2019.05.04
책이 이어준 여행 (츠타야 방문기)  (0) 2019.04.22
마룬파이브와 떼창을  (0) 2019.04.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