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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사랑스러운 방해꾼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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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덧 반환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 지 46일째 되는 날이다. 마감 시간에 쫓기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에 글의 밑그림을 그리자고 다짐했지만 알람 소리만 외롭게 울려될 뿐 매일 자정 무렵에서야 글쓰기를 마친다. 그래도 하루도 빠짐없이 제시간에 마감을 마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게다가 막연하기만 했던 '100일 글쓰기'가 이제는 부담스럽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글을 쓰는데도 진도는 나가지 않고 배는 산으로 가는 것을 목격한다. 우울해진다.' 

- 4일째 


'이전과 다르게 오전 일찍 글을 올리시던 분들도 소식이 뜸하다. 다 같은 리듬을 타고 있는 건가? 다른 분들의 글에 댓글 조차 달기 힘든 날이다. 빽빽한 글자들이 머리를 아프게 한다.'  - 10일째 


그렇다고 해서 물 흐르듯이 글이 써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글쓰기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다. 위에 문장들은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메모해둔 것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고 글감 포획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게다가 갑자기 잡히는 회식, 경조사 그리고 조카의 습격과 같은 예상치 못한 외부적 요인 또한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아기 냄새를 한 껏 품은 세 살짜리 조카가 집에 와있다. '삼촌, 삼촌' 부르며 이제 제법 말도 잘하고 내가 하는 말도 잘 알아듣는다. 호기심에 가득 찬 조카 녀석은 손에 잡히는 것은 다 만져보아야 직성이 풀렸고 특히 핸드폰과 컴퓨터에는 엄청난 관심을 보이며 터치 스크린과 노트북 키보드를 마음대로 두들겨댔다. 큰일이다. 마감은 코앞이고 아직 몇 줄 적지도 못했는데 조카님은 주무시지도 않고 아직 멀쩡하다. 오히려 나의 손을 잡고 창밖을 가리키며 놀러 나가자고 한다. '신이시여 어째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아기가 있는 집에서는 아기가 일찍 잠이 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하던데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는 밤이다. 잠을 재우기 위해 조명을 어둡게 하고 갖은 노력을 다한 지 30분째 드디어 첫 번째 하품이 터져 나왔다. 고맙다 조카님아 지금이라도 협조해주어서. 좋은 밤이야,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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