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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출근길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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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잠을 자기 전 내일은 기필코 맞추어놓은 알람 시간에 일어나고 말리라 다짐하지만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쥐고 페이스북이며 인스타그램을 훑고 있다. 눈은 금세 건조해지기 시작하고 시간은 벌써 오전 1시를 가리킨다. 조금만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다니... 벌써 계획은 물거품이 된듯하다. 


역시 잠결에 알람을 꺼버렸다. 내가 기상한 시간은 7시 40분이다. (내가 이러려고 알람을 맞췄나 자괴감이 들어 견디기가 어렵다.) 6시 30분에 일어나서 출근 전 1시간가량 영어공부와 책 읽는데 투자하려 했지만 1시간이나 늦게 일어났으니 말 다했다. 두 눈을 뜨지 못한 채 전기면도기 전원을 누른다. 어제저녁에 머리를 감고 잤으니 아침에 머리 감는 것은 생략한다. 세수와 동시에 물 묻은 손으로 뜬머리를 정리한다.


사실 내가 늦게라도 일어나는 것은 어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직장을 다니시기에 아침 출근 준비하랴 아침밥상 차리랴 바쁘시지만 안방에서 화장을 하시면서도 큰 소리로 "안 일어나나!"라고 외쳐되신다. 나는 그 소리에 침대 밖으로 기어 나오는 것이다. 가끔은 안방에 계시면서 친절하게 전화를 주신다. 일어나라고. 


막 잠에서 깨어나 입맛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어머니가 깎아놓은 사과나 복숭아 등 과일을 집어 먹으면서 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한다. 과일이라도 먹어두면 점심 전까지 그런대로 버틸만하다. 보통 현관문을 나서는 시간은 8:10분 즈음인데 이 시간 엘리베이터는 출근하는 중년 회사원들과 등교를 하려는 초등학생으로 만원이다.  


시간이 빠듯하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곧바로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는다. 엔진 공회전은 사치일 뿐이다. 아파트 가로수 옆 주차된 어린이집 인지 유치원 인지 알 수 없는 노란색 25인승 버스에 엄마손은 잡고 나온 아이들이 차례로 오른다. 아파트 입구로 차를 몰고 나가자 손은 번쩍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초등학생들이 보인다. 뭐랄까? 같은 시간에 나는 일터로 꼬맹이들은 학교로 향한다. 이때마다 몸집을 커졌지만 마음은 저 꼬맹이들과 다를 바 없어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부럽다 얘들아.'



제시간에 회사에 골인하려면 신호위반이나 끼어들기를 두 번 정도 해줘야 한다. 오늘 아침은 급한 나머지 해병대 옷을 입고 교통정리를 하는 할아버지들 앞에서 대놓고 신호를 무시했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차에 대고 거친 욕 비슷한 것을 하셨다. '미안합니다,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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