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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서른을 위하여!

하얀 봉투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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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도 보기 싫었던 사람이 잔잔한 감동을 줄 때가 있다. 한 마디의 말로 나의 기분을 망쳐 놓았던 사람이 한 마디의 말로 따뜻한 정을 전하기도 한다. 평소 미워하던 사람이 측은하게 느껴져 마음이 아려올 때가 있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이 알고 보면 뒤에서는 험담을 늘어놓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나라는 인간이 변덕이 심해서 일 수도 있고 자기중심적 사고가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내면에서 발생하고 소멸되는 감정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득실 저울질을 거친 이기적 감정은 '너도 별수 없는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기에 모지람이 없다. 




나의 직장 상사의 모친 장례식이 있었다. 마음에서 우러난 위로라기보다는 가기 싫지만 억지로라도 얼굴을 내밀어야 했던 문상이었다. 다른 상사들의 눈치를 보며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까' 기회를 엿보기에 바빴고 그러한 나의 속마음은 얼굴 표정에 여실히 드러 낫을 것이다. 발인과 운구를 담당할 일꾼이 부족하여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새벽부터 나와 고인 가는 길을 함께해야 했다. 놓쳐버린 나의 수면시간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을 떠돌며 '손해'라는 두 글자를 각인시켰다. 화장터에 도착한 후 고생했다며 하얀 봉투를 건넬 때 예의상 거절의 의사를 몇 차례 밝혔지만 억지로 찔러 넣어주는 봉투를 당할 제간이 없다. 부족했던 잠에 대한 손해가 상쇄됨을 느낀다. 가족들은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화장을 위해 관은 엘리베이터 내부와 흡사한 곳으로 들어가 버린다. 여기저기 울음소리 터져 나오고 그의 뒷모습이 꽤나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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