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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라 '여행'

비행기 타는 건 힘들어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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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닿았다. 그녀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어디를 제일 가보고 싶어?'하고 물으면 말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도시 '방콕'에. 그렇다고 나는 가기 싫었냐고? 그렇지는 않다. 이번 여행은 내가 추진했으니까. (역시 비행기 표를 끊으면 어떻게든 떠나게 되어있다.)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가 이륙하기까지 쫄깃쫄깃한 긴장이 있었다. 상사들의 눈치를 보며 어렵사리  월, 화 이틀의 연차를 쓴일, 자리를 비우는 이틀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추측하여 후임자에 업무를 맡기는 일 (혹시나 인계가 잘 못되어 고객사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어휴.... 한동안 쭈구리로 지내야 할게 뻔하다.) 오후 6시 '땡'하자마자 회사를 박차고 나와 (8:2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7:25분까지 공항에 도착하기 위해 발바닥이 불이 나도록 달리고 또 달렸던 일. 그러던 중 '원래 회사원의 여행은 이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거 같다. 어쨌든 모든 과정이 한결같이 녹록지 않았다. 우리를 목적지로 데려다 줄 항공사 창구에는 줄은 서서 수속을 밟고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잘 못된 것인가 식은땀이 흐른다. 그때 목적지, 편명 그리고 탑승 수속을 하지 못한 우리의 이름이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수속을 마쳤고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남서쪽으로 향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과정이 험난했고 만약이지만 상황이 꼬이면 정말이지 못 갈 수도 있다고 생각 한 탄인지 금방 허기가 찾아왔다. 제 아무리 저가 항공사라 하지만 특가 항공권도 아니었고 5시간의 길다면 긴 비행을 하기에 기내식 제공을 당연하게 여겼다.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제주도 행 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는 종이컵에 물은 담은 트레이만을 들고 스튜어디스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래, 장시간 비행이니 승객들의 허기를 달래기 전에 갈증을 해소해 주려나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비행기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친절히 '물 드시겠습니까?' 하고 묻던 스튜어디스들은 복도를 여러 번 왔다 갔다 할 뿐 밥이 든 수레를 끌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때까지 한참 'chicken or beef'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며 여자 친구에게 도대체 왜 밥을 주지 않는 거냐며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 한잔 달라고 하며 애플 워치를 손목에 차고 있는 한 스튜어디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기 밥은 안 주나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은 안타까운 표정 비슷한 것을 지으며 '네, 손님. 식사는 따로 제공되지 않습니다.'라고 했던 거 같다. '젠장, 1인당 40만 원이 넘는 가격에 밥도 안 줘? 중국 항공사도 이렇지는 않다! 이것들아' 그때 기내 면세품을 구매하라는 광고 방송이 여러 번 반복되어 흘러나왔다. '밤늦게 먹으면 몸에 좋지 않고 소화가 되지 않아 분명 피곤할 거야. 조금만 참자. 방콕에 가기만 하면 싸고 맛있는 로컬 음식을 배 터지게 먹어주마.'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에어카페 (비행기 안에서 컵라면, 즉석밥 그리고 각종 음료를 파는 서비스) 메뉴를 펼쳤다 덮었다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러고는 말도 안 되는 치맥 세트 (하이네켄 2캔과 치킨, 여기서 방점은 '치'에 있다. 일반적인 치킨이 아니다. 닭다리 모양의 스낵이 나온다. 물론 알고 시켰다...)와 진짜밥 세트 (진짬뽕, 짜장범벅 그리고 햇반의 앞글자를 땄다. 이 무슨 말장난인가.)를 시켰다. 하나당 5,000원이나 하는 소형 컵라면과 4,000이나 하는 하이네켄 작은 캔은 여정에 있어서 첫 식사가 되었다. 하늘에서의 식사는 땅의 그것보다 몇 곱절은 비쌋다. '아... 이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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