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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라 '여행'

사와디캅, 방콕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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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어보니 미세먼지 없는 하늘과 차원이 다른 햇빛이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온다. 지난밤 침대에 놓인 높은 베개를 보고 아차 싶었는데 역시나 망할 베개는 수차례 뒤척임을 선물했다. 왜 대부분의 호텔 베개는 이렇게 높은 걸까. 모든 것이 낯선 공간에 발을 디디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반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알아가야 하는 것이기에 수고스러움이 동시에 존재한다.



여기까지 와서 블로그에 의지해 맛집을 찾고 싶지 않은 게 나의 자존심이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려고 영어 공부를 하는 거 아니겠나. 일층 로비로 가서 직원에게 말을 건다. "주변에 괜찮은 로컬 음식점이 있다면 추천해 주시겠어요?" 여자 직원은 친절하게 걸어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식당을 알려주었다. 나이스!



노상에 설치된 간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훑었다. 우리가 즐겨 먹는 태국 요리는 팟타이, 똠양꿍 정도인데 듣도 보도 못한 무수히 많은 요리가 '나좀 먹어주소'하고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아침부터 메뉴 선정에 실패하면서 오는 스트레스 감당할 자신이 없어 가급적 먹어본 거 부담스럽지 않은 비주얼을 가진 요리를 시켰다. 팟타이, 똠양꿍 그리고 새우 볶음밥. 그래서 상에 오른 요리는 바로 짜짠.



한국에서 태국 요리 하나를 시키는 가격에 무려 3개의 요리를 시켰다. 아직 오전인데 강한 태양 덕에? 맥주를 안 시키고는 버틸 수 없었다. 요리 각각의 맛은 한국의 그것과 미묘하게 달랐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혀와 뇌는 먼저 먹어보고 자주 먹은 것들을 더 맛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우리 몸의 유전자가 보내는 신호에는 생존과 번식에 불리한 낯선 것은 경계의 대상일 테니까.


배도 부르겠다. 우리가 방콕에 온 이유. Main event를 즐기러 툭툭이에 올랐다. 자 그럼 가볼까! 드디어 툭툭이를 타보는 구나. 툭툭이의 우렁찬 모터 소리에 심장이 덩달아 빠른 속도로 반응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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