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네가 가라 '여행'

두고 간다는 것은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4. 13.
반응형



나는 사람 없는 모래 세상을 한 없이 걸었고 자주 누웠다. 거기서 듣고 싶었지만 아이팟에 못 담아 온 <Under a Blanket of Blue>를 소리 높여 부르기도 했다.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리고, 두고 온 사람들을 그리워했다. 

힘 빼기의 기술 - 김하나


'두고 온 사람을 그리워한다.' 그렇다고 두고 온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한다고 해서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다. 그럴 땐 또 '친구들하고 왔으면, 혼자 왔으면...'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는  항상 현재와 그 반대의 것을 저울질해본다. 어느 것도 완벽한 것은 없다. 


영화 <러스트 앤 본>에서 다리를 잃은 여주인공이 잔잔한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바다에 몸을 맡기고 떠있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면 바다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여기 바다는 그렇지 않다.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바깥 세상 모든 소리는 파도 소리에 가려져 자취를 감추었고 너무 조용하게 그지없는 드넓은 바다는 어둠 속에 길을 잃은 느낌마저 준다. 사람 한 명 없는 바다는 파도 소리만 맴돌고 외롭고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 집 영감님은 여름이 되면 근처 바닷가 광안리나 해운대에서 해수욕을 즐기러 가자고 곧 잘 말하신다. (일단 해수욕장은 입장료가 없다. 그리고 집에서 멀지 않으니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지도 않아도 된다. 결국 기름 값 말고는 돈이 들지 않는다. 이런 점이 아버지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하지만 어머니와 나는 여름철이면 타지 사람들과 교통이 마비되는 관광지는 극도로 혐오한다. 그래서 성사된 적이 거의 없는 아버지의 제안은 이 곳 제주도에서 문뜩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얼마 전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라도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셨다. 물론 여행 가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만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어머니 회사에서 무료로 호텔 숙박권이 나와서 떠난 여행이라는 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어머니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여행을 가서 입장료가 드는 박물관이나 전시회 등 돈이 드는 것은 절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 혼자 들어가 관람을 하시곤 했다고 한다. 식사도 호텔 제공하는 식사와  그 외에 어머니가 집에서 준비해 간 음식들로만 하셨다고 한다. 보통 지금까지 고생해서 일하신 아버지 세대들은 지금부터라도 본인을 위해서 여행을 가거나 이때까지 자주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하지만 아직 아버지는 본인을 위해 쓰는 단돈 천 원에도 여전히 엄격하시다. 


그래서 당신이 눈에 밟히나 봅니다. 



반응형

'네가 가라 '여행'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구석이 아닌 레알 '방콕'  (0) 2018.05.09
비행기 타는 건 힘들어  (0) 2018.05.07
"나 돌아갈래!"  (0) 2018.04.12
영혼을 성장시켜요.  (0) 2018.04.11
철 지난 여행기 - 일본 후지산 (2)  (0) 2018.02.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