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까지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 물을 대놓고 뿌려 본 적이 없던 우리로서는 '물을 뿌려도 될까', '인상이 더러워 보이는데', '물을 맞은 사람이 기분이 안 좋으면 어쩌지'등의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한국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내가 이렇게 신나도 되나' 뜬금없는 불안과 한국에 미쳐 내려놓고 오지 못한 걱정들 까지 간헐적으로 괴롭히기도 했지만 '축제는 짧고 인생에서 다시 이 축제를 즐길 수 있을까', '그래, 지금 아니면 다시는 없는 거야', 'now or never' '모든 것을 다 잊고 지금을 즐기자,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은 말이야' 하고 여러 번 속으로 되뇌었다.
처음만 어렵더라. 몸은 이미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있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여기저기 바삐 물을 뿌려되서 물을 보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닥나버렸다. 애석하게도 물이 떨어졌을 경우 아무데서나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중간중간 아주 큰 고무대야에 얼음물을 준비해놓고 팔고 있다. 태국판 봉이 김선달인가. 가격은 물총 탱크 크기에 따라 측정되며 작은 것은 2밧 큰 것은 5밧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래 들어 가장 많이 웃고 소리쳤다. 나의 행복지수에 눈금이 있다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곳을 가리키지 않았을까. 뜨거운 태양 아래 옷은 젖고 마르고 수차례 반복했고 이상하게도 평소 같으면 벌써 바닥 쳤을 체력도 오늘만큼은 쉽게 바닥을 허하지 않았다. 우리는 실롬로드(팟퐁) 근처 공원에서 망고주스를 마시며 잠깐 휴식을 취한 뒤 장소를 카오산로드로 옮겨 축제를 계속 즐기기로 했다. 카오산 로드로 택시로 타고 가는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길 앞으로 나와 물을 뿌렸고 짓궂은 몇몇은 택시에 진흙을 묻히기도 했다. 기사님은 정색하거나 언짢은 내색을 하기는 커녕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는 듯했다.
카오산로드는 더 살벌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여러 차례 물 공격을 받았지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얼음물 폭격을 가했다. 습격은 여전히 적응이 안된다. 화들짝 놀라 소리쳤지만 금세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들썩들썩 어깨춤을 추며 함께 물을 뿌려댔다. 물리적으로 어떤 물체에 맞아 이렇게 기분 좋을 수 또 있을까. 단언컨대 송크란은 '행복'이다. 카오산 메인 거리는 앞으로 몇 발짝 땔 수 없을 정도로 물놀이 인파로 가득 차 있었고 여기서는 물을 뿌리는 것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사발에 걸쭉한 진흙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며 볼에 부드럽게 펴 발라주기도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다. 현장의 열기를 느껴 보시라.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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