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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좀 해봤니?

통하지 않는 영어는 쓸모가 없다.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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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가뭄에서 콩 나듯 외국인을 만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좀 다르다. 물론 가까운 일본, 중국에서 만큼의 빈도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외국인을 마주치는 횟수는 확실히 잦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회사가 밀집된 지역이나 관광지에서는 더 이상 많은 수의 외국인들이 낯설지가 않다.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온 사람으로서 지나가다 외국인을 마주치면 속으로 '나에게 길을 물어봐줘 제발' 주문을 외거나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눈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경우는 많으나 말을 걸어오는 횟수는 많지 많다. '그렇다고 내가 못 할 줄 알았니' 옆에 외국인이 말을 건다는 상상을 하며 자체적으로 (마음속으로) 익혀 왔던 문장을 연습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힘이 빠질 때는 외국인이 약간 어눌하게 말하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의 수준이 아닌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할 때이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외국인이 스마트폰을 꺼내 통화를 하는데 한국어를 샘오취리 수준으로 유창하게 구사할 때이다. 그럴 경우 영어로 말을 붙이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신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영어 환경에 몸을 푹 담궈 보는 것도 영어를 연습하는 한 방법이다. 바로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영어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온 사람들한테는 해외여행은 축구 국가대표가 지역예선을 거쳐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전 국가대표이자 현 월드컵 해설을 맡고 있는 이영표 해설위원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다."라고 말했다. 영어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진다. 지금 까지 갈고닦은 영어 문장을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고 지금 현재 나의 실력이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상대가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대화가 이어질 경우 영어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고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이 입 안에서만 맴돌 뿐 밖으로 끝내 나오지 못하고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소멸해버릴 때는 저절로 깊은 한 숨이 새어 나온다.


어제 동네에서 지나가다 자주 봤던 외국인 커플을 카페에서 만났다. 항상 길에서 가벼운 눈인사만 주고받았었는데 대화를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자리에서는 얼굴이 상기되고 입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 어색한 정적만 흐를 뿐.. (내가 이러려고 영어 공부를 한 것이 아니었는데 자괴감이 들어..) 마치 입사 면접관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긴장한 나머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어색한 문장응 허공에 내 뱉었을 뿐이다. 나는 정말 이 말이 하고 싶었다. '지나다니면서 당신들을 자주 봤어요. 인사하고 싶었어요' ebs 기초 영어 회화 라디오에서 분명 배웠던 표현이고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눈데 I've.. I've seen you.. 하며 웅얼되기만했다.  


I've seen you around and I'd like to say hi. 이 문장은 내가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했고 내 표현이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보고 들었다고 해서 내가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는 뜻이 되겠다.


통하지 않는 영어는 쓸모가 없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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