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독일 베를린에서 앤더스 에릭슨이 이끄는 연구진은 타고난 '재능(머리)'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가 보통 어떤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을 두고 "저 사람은 정말 타고났어, 쟤는 아무래도 천재인가 봐"라고 말한다. 바로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그 썸팅 스페셜 한 재능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뜬구름 잡기 식이 아닌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연구진은 재능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예술 그중에서도 '음악'을 선택해서 실험을 시작했다. 베를린 예술 대학 음악학과 교수들에게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선정해달라고 부탁한다. 첫 번째 그룹에는 미래에 최정상급 실력의 연주자가 될 아이들, 두 번째 그룹에는 최정상급은 아니더라도 직업으로 연주자가 될 수 있는 아이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에는 연주자는 어려워도 음악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아이들 까지. 그리고 모든 그룹의 아이들의 학업 성적, 콩쿠르 경력, 실기점수 등을 면밀히 조사해서 교수들의 안목이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학생들의 객관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최우수, 우수, 보통의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다음 수업량, 연습 시간, 음악 경력은 물론이고 수면, 식사 등 생활 패턴까지 기록하여 분석했다. 그 결과 세 그룹 모두에서 두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첫 번째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한 나이는 8살 무렵이었고, 15살 즈음에 음악을 진로로 선택한 것이다. 그 말은 즉 최우수 그룹의 아이들이 특별히 일찍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두 번째 공통점은 세 그룹 모두 학교 수업, 레슨 등 음악 관련 공식 활동 시간이 일주일에 51시간으로 비슷했다는 하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도대체 최우수, 우수, 보통의 실력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연구진들은 말한다. 최우수와 우수 그룹은 일주일에 24시간을 혼자 연습하는 반면 보통 그룹은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절반보다 낮은 9시간에 그쳤다고 한다. 결국은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수업 시간이 아닌 '혼자 하는 연습(공부)'가 실력 향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보를 완전한 나의 것으로 만들 기 위해서는 혼자 하는 연습(공부)이 필수이며 그 전의 단계에서는 배워도 배운 것이 아닌 게 된다.
"모든 것은 연습의 결과였다. 최우수 그룹에 속할 만큼의 연습 시간을 가지고도 보통 그룹에 머무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보통 수준의 연습량을 가지고도 운이 좋아 최우수 그룹에 속한 사람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재능'이란 것을 찾기 위해 이 연구를 시작했지만, 결국 연습을 제외한 어디에서도 재능의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설사 재능이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그 역할은 훨씬 미미하다."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한재우
학창 시절에 집이 좀 살아서 방과 후 여기저기 학원을 떠돌고 과외까지 하는 녀석이 있었다. (보통 이런 애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잔다)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학원을 찾아다니고, 뛰어난 과외 선생님을 섭외해 보아도 투자 대비 결과는 너무 초라했다. 부모 입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가져오는 성적표가 형편없으니 돈 쓰는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비슷한 순위에 랭크된 아이들과 비교해도 오히려 학원 근처에 가지도 않는 애들이 성적이 더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타고난 놈'은 없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혼자 연습(공부)하는데 투자하느냐가 핵심이었다.
ps. 난 공부를 못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은 게 위안이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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