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임원 중 한 분이 말했다.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임원과 대화가 흔하다.) "너희 중에 xx주식 산 사람 없어?" 여기서 'xx'란 우리 회사의 vvip 고객이며 이 회사가 우리에게 일감을 주지 않으면 당장 길바닥에 나 앉아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매출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5년 전만 해도 3천 원 하던 그 회사의 주식이 '0'을 하나 더 달고 3만 원이 되었을 때 나온 말이었다. 그 말의 아래에는 '너희는 아주 오랫동안 이 거래처와 일을 하면서도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 보이지 않던'하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 행여 많은 양의 주식을 사두었는데 폭락했을 경우에도 그와 비슷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장님도 거들었다. "너희 세대는 월급만으로는 애들한테 들어가는 돈, 생활비 등 여기저기 들어갈게 많은데 월급으로 다 커버가 안되니까 주식 같은 재테크는 필수라고 생각해." (월급으로는 많은 지출을 커버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월급을 올려주려는 쉬운 생각은 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러한 시대를 반영하듯 주변에서는 많은 변화가 목격된다. 서점에만 가도 매대 한 개를 따로 빼어 재테크, 주식 그리고 부동산 관련 책을 수북이 쌓아 두었고 tv 프로에서는 더 이상 재테크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며 젊은 나이에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을 앞 다투어 소개한다. 꽤나 자극적으로 보이는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라는 책도 있더라. 20대는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시기이지 않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성과의 사랑을 키워가는 시기면서도 무모한 도전을 밥 먹듯 하더라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기인데 이득과 손실만을 따지고 부의 축적에만 신경을 쓰라고 하니 말이다.
<매일 아침 써봤니?>는 언뜻 보면 블로그를 찬양하는 글처럼 보이지만 김민식 pd의 이전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큰돈을 들여 영어 학원을 다니거나 해외에 유학을 가는 것은 시간과 비용 대비 투자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영어책 한 권 외우기를 시작하자)과 마찬가지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태도와 자세는 어떤 것인지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술, 담배 그리고 커피 NO! 평일 저녁에는 약속을 잡지 않는다는 그는 저녁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들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온전히 자기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그리고 그 시간에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그렇게 하루하루 포스팅한 글은 모여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가 되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은 쓰는 습관은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을 가능케 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재테크를 등한시해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은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뿐더러 눈을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가는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all-in 해서는 안된다. 이 세상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분명 존재하기에.
모든 것이 불안정한 저성장 시대에 그는 절대 '남들보다 빨리 유망한 주식을 사고, 부동산에 투자하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것들은 큰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커서 자칫 회복 불능의 상태에 놓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 하루하루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재밌는 일에 투자하라고 외친다. 그의 말대로 우리 모두의 최고의 자산인 시간을 달리 쓰고 매일 습관의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이 투자 대비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이 시대의 재테크 방법이지 않을까. 이대로 라면 정말 돈이 벌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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