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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좀 해봤니?

외국 손님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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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해외 파트너 회사에서 미팅 차 외국 손님이 방문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간 몇 차례 외국 손님이 방문을 했던 터라 내성이 생겼는지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듯했다. 하지만 미팅 당일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실수는 하지 않을까?' '내 말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지', '후배도 많은데 쪽팔리면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할 거야' 머릿속은 걱정으로 미어터져나갔다.  



띵똥! 문을 열어주고 처음 인사를 나눌 때 너무 조급하고 긴장한 나머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다. (아... 벌써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앞에서 외국 손님은 이메일만 주고받다가 드디어 만난다고 "finally"를 여러 차례 강조하며 말했지만 나는 마음먹은 것과 달리 악수하고 있는 손마저도 급하게 빼버리고 회의실로 급하게 안내했다. (이... 등신)  





(In the conference room) 

대부분의 회의와 마찬가지로 뱀이 똬리를 틀듯이 서먹 서먹한 분위기가 회의실에 감쌌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icebreaking으로 쓸데없는 농담이라도 주고받아야 할 것 같고 하다못해 날씨라도 물어봤어야 하는데 통나무처럼 경직되어있던 나는 그냥 상대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한국은 처음인지, 오는 길에 차는 안 막혔는지' 등을 물었다면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한결 가볍게 회의가 시작되었을 것인데 아쉬움만 남는다. 

 


손님은 나의 영어 실력 정도를 모르고 거침없이 속사포 같은 문장을 뱉어 됐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래퍼 아웃사이더가 랩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꼴에 적당히 고개를 아래 위로 끄덕이며 알아듣는 척은 했지만 나의 뇌는 이미 마비되어 받아들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들리는 것은 의미 없는 소리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소 귀에  읽기'라고 하면  들어맞을 것이다. 매번 외국인과의 회의 때 느끼는 것이지만 회의에서 다룰 의제는 정해져 있기에 미리 준비를 하면 말하는 것은 크게 무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키포인트를 파악하고 거기에 적당한 나의 의견을 얘기하지 못해 늘 애를 먹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 파악이 어려우니 대충 눈치껏 둘러된다고 한들 동문서답이 되고 말고 상대는

갸우뚱할 뿐이었다. 



'영어 실력에 있어서 말은 잘하는데 듣기는  못하고, 듣고 이해는 하는데 무리는 없지만 말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것은 그냥 영어를 못하는 것이다.' 언젠가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하나만 안된다는 것은 자기 착각이며 영어 공부를  때 말하기와 듣기는 같이 성장하는 부분이라 잘할 경우 둘 다 잘하고 못할 경우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나는 듣기만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 실력도  나의 듣기 정도의 실력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나름 영어를 놓지 않고 꾸준히 공부해 왔었는데 아직도  길이 멀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외국인과의 대화는 아직 많이 어색하다. 긴장이 되다 보니   있는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아 머리를 긁적이게 되고 시간이 지나 "아.. 그때  말을 했어야 했어"하며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여행을 간다거나 다른 활동을 통해 외국인과 대화를 자주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될 필요를 느낀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외국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 매일 호텔 앞을 서성였던 것처럼. 자주 노출되다 보면 아무래도 편하게 느껴질 것이고 불필요한 긴장도 하지 않게  것이니 분명 도움이 

 것이다. 둘째 실력이 느는 것 같지도 않고 공부하는 것은 여전히 고되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더디 가더라도 조금씩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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