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살충제 계란'으로 반도가 시끌시끌할 때 '옥자'를 보게 되었다. 형이 회사 동료로부터 영화를 몇 편을 얻어 왔다며 USB를 던져 준다. 우린 이렇게 아무렇게나 실생활 속에서 불법을 저지른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옥자는 유통 경로를 기존 영화와 달리하여 이슈화 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보통 영화를 보기 전에 줄거리를 파악하는 편이지만 이 번은 하마 같은 동물과 촌스러운 여자애의 등장 정도가 내가 가진 유일한 정보였다. 이 영화는 목적(돈)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인간들의 사악함을 스크린에 풀어낸다.
'미란다' 기업에 의해 탄생한 유전자 조작(GMO) 슈퍼 아기 돼지들은 (외형은 하마에 가깝다) 세계 26개 국으로 보내져 역설적이게도 자연친화적으로 키워진다. 이건 사람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 반감을 줄이기 위해 각 국으로 보내져 자연 친화적으로 자랐고 인체에 무해함을 광고하기 위한 술수일 뿐이다. 나머지의 슈퍼 돼지들은 좁은 곳에서 갇혀 아무렇게나 사육당하고 도축된다. 10년이 지나 미란다는 '슈퍼 돼지 콘테스트'를 열어 사람들에게 슈퍼돼지는 무해하고 훌륭한 식품원임을 알리기 위해 한국 산골에서 '미자'라는 소녀와 그녀의 할아버지 손에 자란 '옥자'를 그 무대에 세울 계획을 한다. 콘테스트가 성공리에 마치게 되면 슈퍼 돼지가 인간들의 식탁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뉴욕으로 옥자를 끌고 가려는 미란다와 미란다의 극악무도한 만행을 알리려는 동물보호 단체인 ALF는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충돌하게 되고 옥자를 구출하기 위한 미자의 사투를 담았다.
**유전자 재조합 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동물 해방 단체 (Animal liberation front, ALF)
영화가 끝나고 몇 해 전 본 '잡식 가족의 딜레마'라는 독립영화가 떠올랐다. 우리가 먹는 돼지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으로 사육되고 도축되어 유통되는지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즐겨 먹는 여러 고기들이 어떻게 밥상에 오르는지 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 많은 양의 고기를 얻기 위해 축사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돼지를 밀어 넣고 살을 찌운다. 잡내가 나고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컷은 거세시켜 버린다. 공장식 축사 안에서 생산량 극대화를 위해 한 마리의 암퇘지는 쉼 없이 인공수정을 당하고 새끼 돼지를 낳게 된다. 그리고 생산성이 떨어졌을 경우 도축되고 만다.
한발 짝도 뗄 수 없는 좁은 cage에 많은 수의 닭을 가둬 놓고 오직 계란을 찍어내는 기계쯤으로 여긴다. 우리는 그 잔인함에 익숙해져 있다. cage에 갇힌 닭의 눈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눈이 아니었다. 지난 살충제 계란 파동은 닭들이 인간들에게 보내는 절규 어린 신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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