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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좀 해봤니?

'영어 너, 드루와 드루와'

by Act first, Reflect later. 2018.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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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 만 6년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 외국인과의 통화는 낯설고 어렵기 그지없다. 입사 후 처음 인도 파트너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끊어 버렸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할로우 할로우 미스타 킴, 디스 이즈~' '뚜... 뚜...' 그 순간 얼굴은 빨개졌고 심장은 요동쳤으며 몸에 있는 근육이라는 근육은 돌처럼 굳어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거 같았다. 그 뒤로도 자주는 아니었지만 중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잊을만하면 전화를 걸어왔다.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이쯤이면 전화가 올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미리 대비하기도 했고 때로는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 전화 공격을 받고 너덜너덜 해지기도 했다.




오늘은 얼마 전 새롭게 거래를 시작한 업체 담당자 Robert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그와 영어 메일을 몇 차례 주고받은 게 다였는데 급하게 수입통관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 한국에 있으면 한국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적어도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 사용하는 성의라도) 거침없이 쏟아붓는 영어 폭격에 수화기를 붙든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의 귀가 전부 나의 통화에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성격이 급한 탓인지 상대방의 말을 차분히 들어보려 시도조차 못했고 극도로 긴장하여 상대가 제법 길게 얘기를 했지만 무슨 말은 했는지 제대로 이해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체면에 흠집 가는 일 없길 바라며 아무 말이나 쏟아 냈으니 (딱 '너는 짖어라. 나는 내 할 말만 한다.' 마인드로) 감히 Conversation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저질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사실 하루 이틀 한다고 해서 영어가 유창 해지는 것이 아닌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손에서 놓지 않고 하루에 30분 정도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왔었는데 발전의 정도가 눈에 띄지 않게 경미하여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보이지는 않지만 차곡차곡 쌓여서 언제 가는 빛을 발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근래 '컨퍼런스 콜에 해외 파트너와 미팅 그리고 전화'까지 영어 3종 세트를 연달아 맛보았다. 처음에는 낯설고 실수 투성이지만 나름 나 자신이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러한 기회 하나하나에 감사하고 빈도가 더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해가 밝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들 해지려고 하던 찰나 긴장의 끈을 놓지 마라며 이런 좋은 경험을 선사하니 한편으로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 고맙다 Robert, 이 시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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